[김광준의 건강 비타민] 65세 넘으면 비만·우울증 급증 … 할머니, 방에만 계시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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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장수는 인간의 꿈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장수하므로 더 행복한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2013) 자료는 여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노인의 건강 수준 및 만성질환’ 항목을 보면 여성은 전 연령대에서 흡연이나 고위험 음주 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적다. 그런데 65세를 넘으면 여성의 건강 지표는 확 나빠진다.

 30~49세 여성의 고혈압 비율은 8.2%로 남성(20.7%)의 절반도 안 된다. 50~64세도 남성(42.2%)에 비해 여성(35.8%)이 적다. 하지만 65세 이상에서 고혈압이 있는 여성(68.4%)은 남성(56.1%)보다 12.3%포인트 많다. 고콜레스테롤혈증(26.6%) 역시 남성(13.7%)의 두 배에 가깝다.

 여성은 술·담배는 훨씬 적게 하고 젊을 때는 신체활동 양이 남성과 비슷할 정도로 건강관리를 잘한다. 이는 만성질환이나 장애 숫자로 드러난다. 예를 들면 흡연이 주된 원인인 폐쇄성 폐질환의 경우 여성(15.2%)이 남성(51%)보다 훨씬 적다.

 그렇다면 여성이 65세를 넘으면 건강 지수가 확 떨어지는 이유는 뭘까. 우선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더 긴 것이 한 원인일 것이다. 고령인 여성이 많은 것이 건강 지표가 나쁜 것처럼 착시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전부는 아니다.

 여성 노인의 건강 악화 주요 원인으로 폐경(여성호르몬 감소), 근육량 부족, 우울증을 꼽을 수 있다. 여성은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는 반면 지방과 당 대사 능력은 떨어진다. 근육 양도 감소한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를 방문한 65세 이상 4600여 명의 체성분을 분석한 결과 근육량이 표준치에 미달하는 비율이 여성은 67%로 남성(32%)의 두 배 이상이었다. 또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여성의 골관절염은 남성보다 3.7배 많다. 무릎·고관절 등의 골관절염은 몸의 움직임을 둔화시켜 비만을 초래한다.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비만 비율은 30~49세 때는 남성(42.1%)이 여성(25.5%)보다 많지만 65세 이상에서는 여성(37.8%)이 남성(26.4%)보다 많다.

 우울증도 여성이 훨씬 많다.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심리평가를 받은 65세 이상 340명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이 우려되는 여성(21%)이 남성(8%)의 두 배 이상이었다. 여성호르몬과 근육량 감소, 우울증은 비만·고혈압·당뇨병·고콜레스테롤혈증·골관절염 등 건강 지표 악화로 이어진다.

 나이가 들어도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병이 있으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해결책이다. 윤모(68·여·서울 종로구)씨는 건강검진에서 비만·지방간·골다공증·당뇨병·고콜레스테롤혈증 진단을 받았다. 무릎이 아파 꼼짝하기도 싫다고 했다. 남편까지 합세해 설득한 끝에 약물치료를 하고 수영을 시작했다. 3개월 지나 혈액검사를 한 결과 지방간은 눈에 띄게 호전됐고 중성지방 수치도 242㎎/dL에서 135㎎/dL로 떨어져 정상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여성은 오래 살지만 ‘건강 장수’를 하기에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남성보다 불리할 수 있다. 폐경 이후 건강 상태가 나빠지지 않게 하려면 골고루 영양을 섭취하고 운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울증이 있으면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 ‘체크업’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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