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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아파트에 전세 사세요? 전셋값은 안전한가요?”

조인스랜드

입력

[최광석기자] 그동안 미분양 아파트가 매매시장이 아니라 임대시장에 나오는 일이 잦았다. 미분양 아파트를 마냥 놀릴 수 없으니 건설사가 전·월세로 내놓은 것이다.

그런데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대부분 신탁회사 앞으로 신탁돼 있어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는 예가 많다.

신탁사는 그러나 사업에 필요해 소유권을 임시로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신탁 목적 이외의 다른 법률관계에 대한 법적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세입자간 충돌이 발생하면서 여러 법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신탁회사 앞으로 등기된 부동산의 임대차계약도 그 중 한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많은 상담 결과, 미분양 아파트를 임대차함에 있어 해당 아파트 소유자인 신탁회사의 임대차계약상 지위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었다.

신탁회사가 임대인 지위를 가지는지 여부에 따른 구분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유형은, 신탁회사가 아닌 분양 회사나 시공사 등 다른 사업주체가 임대인인 구조다. 이 방법은 해당 임대차목적물 소유권이 신탁회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유자 아닌 다른 당사자를 임대인으로 정하게 돼 거래 실무에서 많은 의문을 낳게 만들 수밖에 없다.

임차인으로서는 임대차 종료 후 보증금을 안전하게 반환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 소유자 아닌 다른 당사자가 임대인이 되는 데다 대체로 해당 임대차 아파트에 거액의 우선수익권이 설정돼 있어 보증금반환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증금반환 책임 회피하려는 경우 많아

둘째 유형은 신탁회사가 임대인인 구조이다. 이 유형은 첫째 유형에서 나타나는 임차인의 의구심을 해소코자 고안된 방법으로, 소유자인 신탁회사가 임대차계약상 임대인이 된다.

하지만 신탁회사의 보증금반환책임을 면하기 위해 임대차계약서상에 여러 가지 은밀하고 교묘한 약정을 두고 있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사업 목적 달성의 일환으로 원활한 임대를 위해 임대차계약에서 신탁회사가 부득이 임대인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정하기는 했지만, 보증금반환책임을 갖지 않으려는 의도가 보인다.

이를 위해 임대차계약서상에 여러 가지 계약조항을 두게 된다. 예를 들어 ‘보증금반환책임은 신탁회사가 부담하지 않고, 분양회사(내지 시공사)가 부담한다’는 약정이다. 이같은 약정에 의하면 소유권자인 신탁회사는 보증금반환책임이 없고, 소유권자 아닌 자가 보증금반환책임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 명백하다.

하지만 명확한 약정 내용 때문에 안전한 보증금반환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고, 원활한 임대차계약체결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반면 이와 같은 명백한 약정이 아니라 다소 교묘하게 신탁회사의 보증금반환책임을 피하려는 약정을 두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전세기간 만료일에 병(분양회사 내지 시공사임)이 전세주택인도와 동시에 반환한다’는 식이다.

이 밖에도 신탁부동산 임대차목적물의 담보력에 대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신탁부동산임에도 불구하고 신탁회사 동의없이 분양회사 등이 임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위험에 대해서는 워낙 명백한 문제여서 여기서 논하지는 않는다).

신탁된 부동산에는 거의 대부분의 경우 거액(대규모 분양의 경우 수백억원 이상이 대부분임)의 우선수익권이 설정된다. 등기부상에는 신탁회사 앞으로 신탁된 상태에서 다른 저당권이 설정돼 있지 않아 권리관계가 깨끗한 것처럼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등기부에 첨부된 신탁원부라는 문서상에 표시된 우선수익권을 고려하면, 임차한 해당 부동산이 경매(공매)될 경우에 임차인에게 보증금이 확보될 가능성이 거의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상담한 신탁된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신탁회사가 임대인의 지위를 가지면서도 임대차보증금반환책임은 시공사인 모 건설회사가 부담하는 것으로 약정돼 있는데, 이 시공사는 워크아웃상태여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상태였다.

신탁회사 책임 명시토록 요구해야

신탁원부 확인 결과 시공사가 우선수익자로 돼 있고, 우선수익권금액이 1000여 억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보증금반환책임이 있는 시공사가 자력이 충분하다면 보증금반환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워크아웃 상황이라면 임대차목적물에 대한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을 검토해야만 하고, 그런 차원에서는 권리관계가 심히 불투명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시공사가 1000억원대의 우선수익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건설사가 부도처리되면 거액의 다수 채권자들에 의해 기타 다른 재산을 비롯한 해당 임대차목적물도 함께 경(공)매처리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해당 임대차목적물에 대해서는 임차인이 아닌 우선수익권자가 배당에서의 우위를 점하게 되고, 우선수익권채권에 대해서는 다른 채권자들의 집행이 예상되는 등 임차인에게 우선적인 권리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보증금 회수는 낙관적이지 않게 된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 인지 일부 신탁원부에는 우선변제권에 대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추가돼 있기도 하다.

‘신탁계약 체결 이후에 이루어진 임대차계약에 기인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 기타 이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채무는 신탁기간 중 또는 이후에도 불구하고 우선수익자가 부담한다.

단, 우선수익자가 부담하지 않을 경우 수탁자는 본 계약 제19조 내지 제21조의 규정에 따라 신탁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으며, 처분대금에서 동 보증금액을 신탁계약의 우선수익자의 수익권에 앞서 지급할 수 있고, 이에 대해 위탁자 및 우선수익자는 동의하며, 수탁자에게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

얼핏 보아 임대차보증금이 우선수익자의 수익권에 앞서 지급될 수 있어 임대차계약이 안전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필자는 여전히 의문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 문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니, 이 문구에 의해서 오히려 더 분명하게 임차인에 대한 신탁회사의 보증금반환채무는 존재하지 않게 되는데, 경(공)매시 소유자인 신탁회사에 대해 보증금반환채권이 없는 임차인이 배당에서 어떤 자격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즉, 우선수익자의 수익권에 비해 보증금반환청구권이 배당에서 우선하는 것에 대해 이해관계인들이 양해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신탁회사에 대해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면 임차인에게 적법한 배당자격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다음과 같은 점을 당부하고 싶다. 신탁회사를 비롯한 분양회사와 건설사에 대해서는, 신탁회사가 임대차보증금반환책임을 부담하지 않을 의도가 있다면, 마치 책임이 있는 듯한 애매한 문구로 눈속임할 것이 아니라 분명하고 명백한 문구로 정정당당하게 계약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한편 임차인으로서는 신탁회사의 법적지위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스스로의 피해 예방을 위해 신탁회사의 책임에 관한 분명한 문구를 추가해달라고 임대인 측에 요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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