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현금 더 쌓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세금을 부과하자는 논의가 계속되는 중에도 기업이 쌓아두고 있는 현금은 계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의 12월 결산법인 616개사의 상반기 유보율이 1092.9%에 달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약 70%포인트 늘었다. 유보율이 2000% 이상인 기업도 130개나 있다. 잉여금(자본잉여금+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인 유보율은 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놓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특히 대기업의 유보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자본총계가 1000억원 넘는 회사의 유보율(1141.5%)은 지난해 말에 비해 74.7%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자본총계가 500억원 초과, 1000억원 미만인 기업의 유보율(269.5%)은 5.2%포인트 감소했으며 500억원 미만인 기업의 유보율(79.8%)은 17.4%포인트 늘었다.

 분야별로는 상장법인의 자본잉여금(약 123조원)이 지난해 말에 비해 0.9% 감소했으나 이익잉여금(약 567조원)은 4.2% 증가했다. 자본금은 약 62조원으로 3.3% 줄었다. 이익잉여금만으로 계산한 유보율은 895%로, 지난해 말보다 64.6%포인트 증가했다. 자본잉여금은 출자 등 자본거래를 통해 늘어나거나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의 실제 실적과는 거리가 있다.

 우리투자증권 이창목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이 유보금을 어떤 형태의 자산으로 갖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보율이 높으면 투자 등 생산적 부분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조용준 센터장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면서 기업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강력한 배당 의지로 갈 곳을 잃은 돈이 배당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염지현 기자

 

◆유보율=자본 및 이익잉여금을 합한 금액을 자본금으로 나눈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유보율은 벌어들인 돈을 얼마나 사내에 쌓아놓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유보율이 높으면 재무구조가 탄탄한 것으로 보지만 투자 등 생산적인 부분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머물러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