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범서방파' 일망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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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유흥업소를 상대로 보호비 명목의 금품 갈취를 일삼고 각종 유치권 분쟁에 개입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범서방파 조직 내 서열 2위인 부두목 김모(47)씨 등 간부급 8명을 구속하고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 2009년 6월 범서방파 전 두목 김태촌씨의 출소 시점에 맞춰 조직원 31명을 영입하는 등 세력을 늘리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원 나모(47)씨 등은 2009년 11월 부산 '칠성파' 부두목 정모(42)씨 등과 시비가 붙자 서울 한복판에서 흉기로 집단 싸움을 벌이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행동대원 장모(31)씨 등 2명은 같은 해 경기 일산의 한 유흥업소 토착 폭력조직인 '원당식구파'가 운영하는 업소를 보호해주고 이른바 '진상 손님'을 내쫓는 명목으로 모두 1800만원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경기 동두천시와 서울 마포구 등지에서 건물 유치권 분쟁 현장에 동원돼 시민들을 폭행하고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다른 조직과의 싸움에 대비해 합숙소를 운영하고 규율을 어긴 조직원에게 속칭 '줄빠따'(조직원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야구방망이로 폭행)를 행하는 방식으로 조직을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범서방파'는 '양은이파', 'OB파'와 함께 1970~1980년대 서울을 분할 장악한 3대 전국구 조직이다. 호남 출신의 고(故) 김태촌 씨가 이끌면서 정·재계는 물론 연예계의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1986년 '송도호텔 나이트클럽 사장 피살사건'은 범서방파를 대중에게 알린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김씨는 법원으로부터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복역 중 폐암 진단을 받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지만 범서방파 결성 혐의로 1992년 다시 수감됐고 조직은 점차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7년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 2009년 탤런트 권상우 협박 사건에 잇따라 연루돼 검·경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으며 세력은 더욱 약해졌다.

지난해 1월 김씨의 사망 이후 2세대 신규 조직원들이 호남권 폭력 조직 '충장오비파' 등과 손을 잡으며 범서방파는 다시 국내 최대 폭력조직으로 떠오르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에 경찰이 조직원들을 무더기로 검거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건하려던 범서방파의 시도는 물거품이 됐다.

경찰 관계자는 "김태촌의 직계 후배인 현 범서방파 두목 김모(48·미검거)씨는 김태촌의 출소 시점에 맞춰 세력을 확장하려고 했다"며 "다른 조직과의 집단 패싸움을 하는 등 활동을 재개하려고 했지만 수사당국의 전방위적 수사로 활동이 위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달아난 범서방파 두목 김씨 등 조직원 18명을 추가로 검거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장혁진 기자 analog@joongang.co.kr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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