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여성 몸의 미묘한 변화…대구사진비엔날레 가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현대사진예술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2014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대구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한 대구 일원에서 12일 막을 올렸다.

31개국 작가 250여 명이 참가한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제는 ‘포토그래픽 내러티브(Photographic Narrative)’다. ‘사진적 서술’ 또는 ‘사진의 기억’으로 풀이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기록으로서의 사진, 기억과 진실의 매개물로서의 사진, 예술로서의 사진 등 사진의 다면적인 측면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주 전시 ‘기원, 기억, 패러디’에는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중남미와 아프리카, 호주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불러 모았다. 그중에서도 시게유키 키하라(뉴질랜드)의 작품이 눈에 띈다.

3장의 사진으로 구성된 시게유키 키하라의 ‘파파피네: 여성의 방식으로(Fa’afafine·2004)’라는 제목의 사진은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길 때마다 사진 속 원주민 여성의 신체가 미묘하게 변한다. 맨 처음 사진에서 원주민 여성은 치마를 입고 있고 가운데 사진에서는 벌거벗고 있다. 그러다 마지막 사진에서는 벌거벗은 여성의 몸에 남성의 성기가 달려 있다. 이 기괴한 사진에 대해 작가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제3의 성을 성도착자로 분류하는 이분법적 사고는 온당한가”라고 되묻고 있다. 사진의 제목이 된 ‘파파피네’는 작가의 고향인 남태평양 사모아에서 제3의 성을 지닌 이들을 부르는 말이다.

안젤리카 다스(브라질)는 피부색에 대한 고민을 사진으로 풀어냈다. ‘휴마네(Humanæ·사람)’ 시리즈에서 그는 사람들의 피부색을 ‘팬톤(pantone) 컬러칩’에 비유했다. 작가는 “인간의 피부는 흰색, 검은색, 노란색, 붉은색의 네 가지로만 구분되지 않는다. 성격이나 문화 정체성처럼 피부색도 사회나 문화에 따라 결정된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들이 가진 고유의 색을 되찾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 전시외에도 8개의 크고 작은 전시들이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다큐멘터리 사진의 정석을 보여주는 ‘전쟁 속의 여성’ 사진전에는 자의든 타의든 전쟁에 직접 참여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여성 종군기자의 눈에 비친 전쟁의 모습,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 사진가 김영희가 찍은 박옥년 할머니의 사진이 인상적이다. 깊게 패인 주름, 젖은 눈가, 꾹 다문 입술 안에 분노와 상처가 절절히 들어 있다. ‘전쟁 속의 여성’을 기획한 석재현 감독은 “전쟁과 여성의 비극적 역학관계, 전쟁의 참혹함, 평화의 의미를 돌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 2014대구사진비엔날레 ‘포토그래픽 내러티브(Photographic Narrative)’. 9월12일부터 10월19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예술발전소, 봉산문화회관 등. 통합입장권 7000원(성인). 053-655-4789.

한영혜 기자 sa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