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속 행인, 10분이면 신원 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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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할리우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선 도처에 깔린 감시 카메라가 행인들 눈의 홍채를 인식해 용의자를 단숨에 색출하는 미래를 묘사했다. 이런 상상의 세계를 미국이 실현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초고속으로 특정인의 신원을 조회할 수 있는 ‘차세대 인식시스템(NGI)’을 이번 주부터 가동했다고 CNN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GI는 FBI가 2009년 10억 달러(약 1조350억원)를 들여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기존 지문으로만 신원을 확인하던 시스템에서 얼굴과 홍채·목소리·손금·걸음걸이 등을 자동 인식해 특정 인물을 식별해 낸다. 미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제작을 주도했고 안면 인식 소프트웨어는 모포트러스트가 개발했다.

 FBI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내년까지 5100만 명의 얼굴 사진을 자체 데이터베이스(DB)에 저장하고 DB 규모를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구축이 완료되면 경찰이 범죄자나 용의자 신원을 특정하는 데 현재 2시간에서 10분으로, 고용주가 구직자의 신원을 조회하는 데는 24시간에서 15분으로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영상 자료의 화질이 좋지 않은 경우엔 잘 식별하지 못하는 등 아직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각 주들도 시스템 도입에 협조적이다. 하와이·메릴랜드·미시간 3개 주는 NGI 파일럿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고 캘리포니아·플로리다·뉴욕 등 10여개 주는 FBI와 참여 방안을 협의했다. 반면 전자프런티어재단(EFF) 등 시민단체들은 인권 침해 소지를 지적한다. FBI뿐 아니라 경찰도 시스템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데다 무고한 일반 시민의 자료까지 무차별적으로 수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미 전역엔 3000만 대의 보안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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