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ㅆ, ㅉ 발음하기가 어려워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하도 긴장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요."

경희대 국제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인도네시아인 플로리안(26)이 지난주 이 대학이 주최한 '제8회 전국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11개국 출신의 20명과 경쟁했다.

그는 "나갈(외출할) 때마다 비닐봉투를 넣어서(챙겨서) 나가자. 도중 버릴 게 있으면 그 봉투에 담아 집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리자"는 내용으로 '환경 보호'에 대해 3분간 얘기했다.

"2주간 숙제하랴, 대회 준비하랴 하루 네 시간도 채 못 잤어요. 골치 아팠던 건 원고가 문법적으로는 틀린 게 아닌데도 한국말 같지 않다는 거였어요. (예를 들어) 전 '신기하다'고 썼는데 한국 사람은 '희한하다'고 말한다더군요."

그의 '하소연'은 이어졌다. "ㅆ, ㅉ 발음도 어렵고, 존대말과 반말 구분하기도 어려워요."

플로리안은 원래 인도네시아국립대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2002년 10월 이 대학 합창단 '바리기따'(아주 큰 목소리란 뜻의 인도네시아어) 단원으로 부산 합창올림픽에 참가한 걸 계기로 한국어로 관심을 돌렸다.

그가 다닌 대학에는 한국어학과는 고사하고 한국어 강좌도 없다. 그래서 한국어를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고, 지난해 9월 국제교육원에 등록했다.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인도네시아 대학들에) 정식 한국어과는 거의 없어요. 인도네시아인 한국어 교수도 없고요. (그런 만큼) 꼭 한국어학과를 개설하고 싶어요. 한국에 오기 전 (모교) 문학부장(교수)과 (그런 내용으로) 계약서도 썼는 걸요." 그는 한국 정부 장학금으로 9월부터는 경희대 한국어교육과 석사과정에서 공부하게 된다.

그는 영어와 독일어도 한다. 모교 독어독문학과장인 부친의 영향이라고 했다. 5개 국어를 하는 그에게 "어느 나라 말이 가장 어려운가" 라고 물어봤더니 "일본어는 한자가, 독일어는 문법과 단어의 성 구별이, 한국어는 발음이 어렵다"고 답했다.

고정애 기자

*** 바로잡습니다

5월 23일자 30면 'ㅆ, ㅉ 발음하기 어려워요' 기사 중 플로리안이 받은 정부 장학금은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한국 정부 것이기에 바로잡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