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음악에 취해 사는 지리산 '흙피리 소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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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실상사 근처의 흙집에서 사는 그는 매일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난다. 하루 일과도 음악과 영어를 공부하는 것 외에는 완전히 열려 있다.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개울에서 멱을 감기도 한다. 인터넷 게임을 즐기기도 한다.

현재 열여덟 살인 그는 벌써 6년째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칠 생각도 없다. 다만 기회를 봐 외국의 음악대학에 진학할 뜻은 있다.

그는 오카리나(ocarina.점토 등으로 만든 취주악기) 연주자 한태주군이다. 음악계에는 '흙피리 소년'으로 이미 이름이 알려져 있다. 그가 최근 2집 연주음반 '새소리'를 냈다. 일체의 광고 없이도 무려 3만여 장이 팔렸던 1집 '하늘 연못' 이후 3년 만이다. 자신이 작곡하고 연주한 '새소리' '봄' '지평선' '비바람' '소나무 숲에서' 등의 곡이 담겼다. 곡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연과 함께하는 그의 삶의 모습이 느껴진다.

-또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전 저대로의 삶이 있어요. 전 상당히 자유롭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과는 달리 세상과 조화롭게 사는 편이에요. 앞으로 군대에 가고, 독립도 하겠지만 앞날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학교와 담을 쌓게 된 까닭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함께 전국을 떠돌며 살았어요. 어린 마음에 학교 가는 것보다 돌아다니는 게 더 좋더라고요. 그래서 중학교에 안 가겠다고 했더니 부모님께선 별 반대 없이 그러라고 하셨어요. 대신 그 시간에 한 가지 일 만큼은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하셨죠. 전 음악을 하겠다고 했고요.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결정을 잘한 것 같아요."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오카리나를 손에 넣었다. 처음엔 그저 장난감이었는데 맑고 우아한 음색에 반해 열심히 하다보니 2000년부턴 아버지와 전국 공연을 할 정도가 됐다. 그의 아버지는 1982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한치영(50)씨로 '할미꽃(1991년)''광개토대왕'(2000년) 등 다섯 장의 음반을 낸 음악인이다. "자연의 소리가 사람에게 가장 와닿는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아들은 약간 달랐다.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은 자연의 소리는 아니지만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잖아요. 저도 의미있거나 영혼을 맑게 하는 뜻있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그는 음악 공부도 독학으로 하고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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