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학도 함께 문학 축제 한마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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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미당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 심사과정이 확 바뀐다. 심사과정만 개선하는 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축제도 열고 전국 대학에서 문학 순회 강연도 실시한다. 일반 시민이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길을 조금이라도 더 열어 위기에 빠진 문학을 살리고자 하는 뜻이 이번 제도 개선에 담겼다. 기존 문학상이 문단 내부의 잔치에 그쳤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 시민과 문단이 함께 참여하는 문학 축제의 장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미당문학상과 황순원 문학상은 중앙일보와 문예중앙이 주관하고 LG그룹이 후원한다.

◆ 대학이 뽑는 문학상 = 본사는 23일 전국 대학의 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에 '미당문학상.황순원문학상 안내 및 협조 건'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미당.황순원 문학상 심사에 대학이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즉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과 교수가 머리를 맞대고 올해 최고의 시와 소설을 고르면 문학상 예심 후보작이 된다는 얘기다. 본지는 각 대학의 추천 작품을 모두 보도할 예정이다. 이로써 어느 대학이 어떤 작품을 추천했는지, 어느 대학의 추천작이 수상작으로 결정되는지도 자연히 공개된다. 올해는 국문학과와 문예창작과만 대상이지만 앞으로 영문학.불문학.독문학 등 전공 학과도 넓히고, 참가 대학 수도 대폭 늘린다. 또 11월께 전국 대학에서 문학 순회 강연을 실시한다. 수상작가와 심사위원, 인기작가 등이 참여하는 수준 높고 흥미로운 문학 강연의 장이 마련된다.

김현자 이화여대 인문대학장은 "문학의 최대 생산자이자 소비자인 대학의 목소리가 문학상에 반영되는 건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라며 "문단과 대학에서 화제를 불러모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 흥겨운 문학 축제 한마당 = 11월이 다가오면 전북 고창의 미당시문학관 주위 50여만 평은 노란색 천지가 된다. 지역 주민이 심은 국화꽃이 만개하는 때다. 이맘 때 미당시문학관이 주민과 함께 열어오던 미당문학제가 올해부터 확대.개편된다. 미당문학상 수상식을 비롯해 각종 문학 행사가 준비 중이다. 역대 수상자와 심사위원, 학생 등이 함께 참여하는 흥겨운 문학 축제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또 경기도 양평에 부지가 마련된 소나기마을에서도 가을께 황순원문학제가 열린다. 황순원 선생의 제자인 박덕규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관련 사업을 맡고 있다.

미당문학제를 준비 중인 동국대 국어교육과 윤재웅 교수는 "여러 여행사로부터 축제를 관광상품화하겠다는 제의가 들어온 상태"라며 "미당문학제는 가을 최고의 문학 축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선고위원제 도입 = 문학 관계자 100명의 추천을 받아 진행했던 1심 제도를 올해 폐지한다. 대신 선고(選稿)위원 추천작과 대학 추천작 모두가 예심 후보작이 된다. 언론사 주최 문학상에 선고위원 제도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 이미 지난달 초 시와 소설 부문에 각 두 명씩 선고위원을 위촉했고, 현재 이들은 한창 선고 작업 중이다. 공정성을 위해 예심 후보작이 선정된 뒤에 본지는 선고위원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다. 문단에서 부지런하고 공정하기로 이름난 젊은 평론가 네 명을 위촉했다.

◆ 미당.황순원문학상 = 20세기 우리 문학을 대표해온 미당 서정주와 황순원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2001년 제정했다. 작품집을 한권 이상 낸 문인들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문예지에 발표한 시와 중단편 소설을 대상으로 심사를 벌인다. 황순원문학상(소설 부문) 수상자는 5000만원, 미당문학상(시 부문) 수상자는 각 3000만원의 상금을 받고 최종심에 오른 후보작들은 작품집으로 출간된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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