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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분의 유혹’ 참는다고 내 인생이 정말 달라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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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연구자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변수를 밝혀내는 작업에 도전했다. 원제가 ‘마시멜로를 먹지 말라 … 아직은!(Don’t Eat the Marshmallow … Yet!)’인 『마시멜로 이야기』(2005)에 따르면 성패를 가르는 것은 ‘15분 동안’ 어떤 유혹을 참을 수 있느냐, 없느냐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모티브가 된 것은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스탠퍼드대 심리학과 월터 미셜 교수가 행한 ‘마시멜로 실험’이다.

 실험 대상은 스탠퍼드대에 있는 빙(Bing)이라는 유치원의 4~6세 원생들이었다. 실험 순서는 다음과 같았다. 우선 꼬마들 앞에 마시멜로(혹은 쿠키 등 과자)를 놓는다. 시험관이 이렇게 말하고 사라진다. “내가 지금 어딜 가야 돼요. 15분 후에 돌아올게요. 돌아올 때까지 마시멜로를 안 먹으면 한 개 더 줄게요.”

 

야 생 마시멜로( A l t h a e aofficinalis, 아욱목 아욱과에 속하는 허브)는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인후염 치료제로도 사용됐다.

어린이들에게 15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3분의 2는 유혹을 견뎌내지 못하고 냉큼 먹었다. 나머지 3분의 1은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눈을 감거나, 책상을 발로 차거나, 고개를 돌리며 15분을 버텼다. 10여 년 후에 아이들을 추적해 어떻게 됐나 알아봤다. 마시멜로의 유혹을 견뎌낸 아이들이 학업성취도, 대학진학률, 인간관계, 체질량지수(BMI) 등 여러 면에서 유혹에 넘어간 아이들보다 앞서가고 있었다.

 ‘지연된 만족 충족(delayed gratifi cation)’이건 ‘자기통제(self-control)’이건 극기(克己)이건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성공의 비결·비법은 ‘참음’에 있다는 게 『마시멜로 이야기』의 핵심 스토리다.

 히스패닉계 미국인인 저자는 마시멜로 이론을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들의 경제발전에도 적용한다. 중남미 국가들이 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발전이 더딘 이유는 국가적 차원의 ‘마시멜로 유혹 이겨내기’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개인 차원에서 성공의 한 요소인 돈을 모으려면 과소비 성향을 억제해야 한다. 프라다 가방, 갤럭시·아이폰 같은 ‘마시멜로’의 유혹을 참아내지 못하면 카드 돌려막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렇다면 ‘의지 박약자(薄弱者)’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머니이건 아내이건 의지가 더 강한 사람에게 돈을 맡겨라”는 게 저자인 호아킴 데 포사다의 권고다.

 저자는 성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성공은 여러분의 과거나 현재에 달린 게 아니다.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는 일을 기꺼이 할 때 성공이 시작된다.”

 성공의 핵심 중 하나인 통제력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들은 다른 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다. 대부분의 사건도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의 행동은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스로를 통제해 타인의 모범이 되면 힘 중에도 가장 강한 힘인 설득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게 하려면 여섯 가지 방법밖에 없다. 법, 돈, 물리적 강제력, 감정적인 압력, 신체적 아름다움, 설득력이다. 그중에서 설득력이 가장 강하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영문판(왼쪽)과 우리말 표지.

저자는 또한 귀가 따갑도록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 개구리 세 마리가 나뭇잎을 타고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한 마리가 강물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나뭇잎에 개구리가 몇 마리 남았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두 마리라고 대답한다. 답은 세 마리다. 결심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2 “매일 아침 아프리카에서는 가젤 한 마리가 깨어난다. 가젤은 안다. 가장 빠른 사자보다도 더 빨리 뛰지 않으면 죽임을 당한다는 것을. 매일 아침 사자 한 마리도 깨어난다. 사자는 안다. 최소한, 가장 느린 가젤보다는 더 빨리 뛰지 않으면 굶어죽는다는 것을. 여러분이 사자인지 가젤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여러분이 어느 쪽이건 태양이 아침에 얼굴을 드러낼 때마다 여러분이 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게 중요하다.”

 #3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게 힘이다’라고 말했다. 더 정확하게는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게 힘이다(Applied knowledge is power)”라고 하는 게 맞다. 알면서도 아는 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사실은 알지 못하는 것이다.”

 #4 “마음의 평화란 무엇인가. ‘목적+정열+실천=마음의 평화’다. 아주 작은 실천이라도 실천은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를 상으로 준다.”

 #5 “인생이라는 문제를 풀이하려면 다음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라. 첫째로 변화하려면 뭐가 필요한가. 둘째로 나의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 셋째로 나의 목표는 무엇인가. 넷째로 나의 계획은 무엇인가. 다섯째로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책에 영감을 준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여러 각도에서 반론을 제기하는 게 가능하다. 실험 설계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또 요즘같이 바쁜 시대, 순발력을 요구하는 시대에는 일단 마시멜로를 잽싸게 먹는 게 참아내기 못지않은 덕목이 아닐까.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호아킴 데 포사다 … 푸에르토리코의 산후안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다. 푸에르토리코 대학에서 행정학 학사를 받았다. 심리학 박사도 받았다. 1988년부터 마이애미대 겸임교수로서 리더십, 협상술, 시간 관리를 가르치고 있다. 그의 저서는 20개 국어로 번역돼 400만 부 이상 팔렸다. 국내에도 수백 만 명의 독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환영 기자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앙일보 논설위원 겸 심의실 위원이다. 저서로 『세상이 주목한 책과 저자』『하루 10분, 세계사의 오리진을 만나다』『아포리즘 행복 수업』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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