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재료로 소비자가 원하는 비누·향초 만들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청년실업자 100만 명. 청년실업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정과 창의성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청년들이 있다. 우리 동네 청년 최고경영자(CEO)를 찾아 소개하는 시리즈 다섯 번째 순서로 천연재료로 비누를 만드는 정혜미(28) ‘씨솝’ 대표를 소개한다.

웰빙 바람을 타고 천연제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천연제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와중에 천연재료를 사용해 비누를 만들어 여성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주인공이 정 대표다. 평소 취미로 비누를 만들던 그는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천연제품 시장에 주목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지원을 받아 천안역 지하상가에 천연제품을 만드는 작은 공방을 냈다.

정혜미 ‘씨솝’ 대표가 천연재료로 만든 비누와 향초를 소개하고 있다.

처음엔 SNS로 비누 판매

어렸을 때 영어를 좋아했던 정 대표는 대학생 시절부터 7년간 영어학원 강사로 일했다. 그가 천연재료로 만든 비누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9년 미국에 갔을 때였다. 당시 교환학생 신분으로 10개월간 시애틀에 머물렀던 그는 핸드메이드 화장품 브랜드 ‘LUSH’의 천연제품을 보고 창업 모티브를 얻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비누는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것이었지만 미국에선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향과 색이 다양한 비누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게다가 유기농 재료로 만든 친환경 비누는 프리미엄이 붙어 고가에 팔렸다. 소비자들은 비싸도 천연재료로 만든 비누를 많이 찾았다. 비누는 적은 비용을 들여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제품이었다. 정 대표는 이에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창업을 고려했다.

정 대표가 유난히 천연제품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가족의 영향도 있었다. 아토피 피부염을 앓아 고생했던 아버지와 여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레 천연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귀국 후 그는 집에서 취미로 천연비누를 만들기 시작했다. 직접 만든 비누를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줬더니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 그중 한 지인이 판매를 권해 본격적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영어 강사 일을 하며 취미로 만들던 비누였지만 창업 의지가 커지면서 점점 비누 만드는 일에 더 힘을 쏟게 됐다. 그러다 2년 전 다시 미국 시애틀을 방문해 한인센터에서 천연비누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도 했다. 이뿐 아니라 재능기부로 간단한 차량용 방향제나 조향제인 디퓨저, 아로마 오일 효능을 설명했다. 미리 재료를 챙겨 가 지인들에게 비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비누를 나눠주며 제품을 홍보했다. 특히 향에 민감한 여성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천연재료로 만든 향초

그는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지인을 상대로 비누를 판매했다. 처음엔 천연비누만 팔다가 공방을 내고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천연재료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었다. 주로 비누와 양초를 만들지만 모기퇴치제·방향제·섬유탈취제·주방세제 같은 제품도 만든다. 주문을 받은 후 제작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는 천연성분을 넣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면 귤 껍질이나 녹차·숯가루 같은 것들이다. 요즘엔 엄마들이 모유를 직접 짜와 비누로 만드는 모유비누도 인기다. 비누를 만들 때 쓰는 정제수 대신 모유가 들어가기 때문에 피부를 자극하지 않고 순하다. 올리브비누는 100% 올리브 오일로 만들어 일반 비누보다 보습 효과가 뛰어나고 피부 당김이 적다. 우드 심지를 사용한 소이캔들은 콩기름을 쓰기 때문에 연기가 나지 않고 향이 좋으며 심지가 타서 꺼지는 현상도 없다. 일반 양키캔들은 베이스 파라핀이라는 화학제품을 사용해 향을 낸다. 이 경우 화학제품이 체내로 흡수돼 좋지 않다.

답례품 전문 기업으로 키울 것

정 대표는 지난해 9월 한국수공예협회에서 천연비누·천연화장품 수석지도사 자격인증서를 받았다. 이후 전문 강사로 어린이집·지하상가·문화센터에서 50여 차례 강의했다. 그는 앞으로 사업장을 넓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면 답례품을 만드는 전문 기업으로 키우는 게 꿈이다. “잘 만든 답례품은 재구매 고객과 단골을 끌어모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수익 면에서 효과적이에요. 답례품은 만들 때 포장과 제품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려울 수 있지만 답례라는 건 고마움을 전하는 일이잖아요. 파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고마움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문의 010-5715-3434.

글=이은희 인턴기자 eunhee92@joongang.co.kr
사진=채원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