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론 인플레 못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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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전통적인 「케인지언」으로서 금년도 노벨경제학상을 탄 「제임즈·토빈」교수(예일대)의 눈에도 레이거노믹스 (「레이건」행정부의 경제정책)가 여간 못마땅하지 않은 모양이다. 「레이건」뿐 아니라 「볼커」중앙은행총재, 「월·스트리트」까지 모두 싸잡아서 비판을 하면서 「레이건」경제정책의 궤도수정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고금리 정책은 미국경제회복의 결정적장애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음은 「토빈」교수가미의회의전문스태프들과 가진 토론회에서 밝힌견해.
「레이건」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정책이 성공할수만 있다면 그처럼 행복한 설계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그들은 경제자체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문제다. 한손에는 감세와 예산삭감, 그리고 다른 한손에는 금융긴축으로 불황타개와 인플레를 단숨에 해결해내겠다는 것이지만 아무리봐도 납득할 수 없는 주장들이다.
세금을 깎아줘서 경기회복을 하겠다지만 다락같이 오른 고금리 때문에 기업들은 움씬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플레를 제하고난 실질금리가 10%가 넘는데 어느기업인들 사업을 늘이며 하겠는가.
물론 물가안정만을 생각한다면 고금리에 의한 불황정책이 타당할지 모른다.
그러나 실업률은 앞으로도 수년동안 7∼8%선을 넘는 것을 각오해야할 것이다.
「볼커」중앙은행총재(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장)가 밀어붙이고 있는식이 바로 그런식이다. 그의 일념은 오직 일플레를 떨어뜨리는 것이고 그 유일한 해결책은 금리가 얼마까지 올라가든 돈줄을 틀어막는 방법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그러는 동안에 경제가 어떻게 망가지든, 실업자가 얼마나 늘어나든, 불황이 어디까지 깊어지든 상관하지 않는것같다. 불황이 심화되어 물건이 안팔리면 물가는 자연히 내리지 않겠느냐는 지극히 단순논리의 사고 방식에서 출발하고 있다.
「레이건」행정부의 첫번째 의도대로 감세에 성공한다고치자, 그렇더라도 그다음일인 예산삭감에 실패한다면 정부의 빚만 잔뜩 늘릴것이 뻔하다. 「레이건」의 임기가 끝나는 84년에 가서는 경기가 호전되어 세수도 세금을 깎아주기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미국경제의 실상과 그동안 허약해진 체질을 계산에 넣지 않은 과신이다.
인플레를 잡겠다고 무턱대고 고금리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이는 미국경제를 이중으로 걷어차고 있는꼴이다.
기업들의 자금난이가중되는 것은 물론 정부역시 덩달아 오르는 국공채금리때문에 빚부담이더욱 늘어날수 밖에 없는형편이기 때문이다.
「볼커」가 앞장서고있는 초긴축정책을 보면 마치 영국의 「대처」수상을 연상케한다.
그러나 긴축의 강도면에서는 유사할지모르나 근본적으로 입장이다르다. 「대처」수상은 긴축을 푸는 것은 영국민스스로의 묘혈을파는행위라는 말까지 서슴지않고있지만 그래도 정부의 입장에서 국민들을 부지런히 설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레이건」이 정치적인 위험부담때문인지 그같은 과감한 발언으로 국민들을설득시키려 한적은 없다. 「볼커」가 대신 큰소리로외치고 있지만 나를 비롯한 소수의 경제전문가들이나 귀를 기울일뿐이다.
그것도 찬성을 해서가 아니라 무슨말을 하나 들어보기 위해서다.
이처럼 같은 긴축이라할지라도 정책당국의 입장이나 그것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태도부터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죄는것도 다른 한쪽으로 숨통틀 여유를 줘가면서 죄야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혼합경제의 장점이다.
세금을 깎아주고 정부예산도 줄여 작은 정부를 추구하겠다는데는 기본적으로 찬성이다. 그러나 금융긴축까지 한꺼번에 몰아붙여가며 숨통을 더욱 죄서는 곤란한 일이다.
내가 국회의윈이라면 금리를 내리지 않는한 어떠한 재정긴축 정책에도 반대표를 던질것이다.<워싱턴프스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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