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양날을 가진 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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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석유화학산업은 합성섬유에서 우주선까지 인간생활을 편리하게 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그러나 문명의 이기는 대부분 양날을 가진 칼과같이 한쪽이 이로우면 한쪽은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합성세제등 무분별한 화학물질의 남용으로 강물을 버렸다가 막대한 돈과 시간과 노력을들여 다시소생시킨 영국의 템즈강이나 동독의 라인강등이 그 좋은 본보기가 된다.
생명산업도 의약품을 비롯해 화학제품·에너지등 인류장래에 밝은 약속을 하고 있다. 또 기업적인 측면에서 보더라도 달러를 만들어내는 마술상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렇지만 유전공학도 역시 우리생활에 역기능으로 작용할 소지를 갖고있다.
유전공학의 문제점은 두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인간이 어떠한 형태든 생명을 만들고 개조하는 작업을 공장에서 가전제품을 만들듯이 하게된다면 인류사회를 지탱해온 도덕과 규범이 붕괴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두번째는 섬유화학의 예에서 보듯이 단기간으로는 장점만이 있는것처럼 생각되던 유전공학이 궁극적으로는 생태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회복할 수 없는 경지에까지 몰고가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첫번째의 우려는 아직은 기우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이제 쥐나 토끼등 포유류에서도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않는 유전자를 조작할수 있을뿐이다.
그러나 복제인간, 복제장기의 시대가 되면 부자·형제등 지금의 혈연관계는 붕괴되는 운명에 처한다.
아버지의 세포핵만으로 태어난 아이는 그 아들에게 있어 동생인가, 아버지의 분신인가하는 문제가 생기며 또 이렇게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가 없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세포증식에 의한 장기의 생산도 윤리적인 문제가 따를수 있다.
생명조작과 종교도 상충되는 위치에 있다.
종교는 지금까지 생명은 「신이 창조한 신성한것」이라는 입장을 취해왔으며 인간이 생명을 좌지우지하는것에 반대하는 자세를 보여왔다. 앞으로의 과학이 생명을 아미노산이라는 물질차원으로 격하시킬때 정신적인것을 추구하는 많은사람들과의 이견을 어떻게 조절해나가느냐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 맞닥뜨리게된다.
유전공학의 두번째 문제점은 지금도 많은 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이다.
73년 최초의 유전자조작이 성공한후 74년에 이미 유전자조각의 위험섬이 경고되었다. 이에따라 76년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유전자실험의 안전장치로 P1단계에서 P4단계에 이르는 까다로운 지침서(가이드 라인)를 만들었다.
지침서를 만들때의 목적은 만일 유전자조작실험중에 지금의 의약기술로는 도저히 어떻게 할수없는 새로운 세균들이 만들어져 유출된다면 인류는 이로인해 파멸될것이라는 걱정때문이었다.
그후 세계각국은 NIH의 지침서를 토대로 자국의 유전자실험규제안을 만들어 제약을 가해왔다.
그러던것이 81넌에 이르러 규제라는 안전벽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그이유는 그동안의 실험을 놓고볼때 유전자조작이 까다로운 규제를 받아야 할만큼 위험한것이 아니며, 또한 한나라가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유전공학이 발전되는것에 자극받아 다른 나라도 조건을 완화해가기 때문이다.
일본은 금년3윌 국내17개학회가모인 유전자조작협의회에서 국가규제를 대폭 완화시켜주도록 개정안을 만들어 각계에 제출했으며, 미국의 NIH도 금년 9월 유전자조작실험에 관한 연방정부의 특별규제를 모두 철폐한다는 제안을 16대3으로 가결한바 있다. 이제안은 일반에 공고된후 특별한 이의가 없는한 82년1월의 최종투표를 거쳐효력을 발생케된다.
유전자산업의 파급효과가 아직 판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의 활성화, 타국보다 앞서겠다는 계산에서 규제완화가 유행처럼 되고 있다.
인간이 새로 만들어낸 미생물들의 양이 많아질때 이것들이 지금의 생상계와 조화를 이룰지 아니면 환경을 파괴하고 인간까지 공격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 그 판단은 아직 이르다.
유전공학이라는 칼에 인류가 다치지않고 좋은 결과만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인류가 쌓아온 경험과 지혜를 총합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끝>[최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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