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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샌타루시아 산맥 ­조병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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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번 해외여행이 몇 번째였던가. 참으로 많은 여행을 했다. 어린시절 지리부도를 펴놓고 얼마나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했던가. 그 많은 나라를, 한 삼심오륙개국을 돌았다. 이만하면 지구를 이리저리 많이 쏘다닌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내일 이 지구를 떠난다해도 지리적인 여행에 있어선 그리 미련이 없을 것 같다.
지난 7월5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제5차 세계시인 대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 18명이 이 대회에 참석했다.
그일부와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태평양연안고속도로를 타고 육노로로 북상을 했다. 11명을 태운 마이크로버스는 아름다운 해안도시 샌타바바라를 지나서부터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 벌판을 달려 샌타마리아를 지나 한없이 달리다가 샌루카스 부근까지 왔다.
그곳에서 다시 대평양연안 도로를 잦아 샌타루시아산맥을 넘기 시작했다. 샌타루시아 산맥은 태평양연안을 남북으로 솟아있는 높은 산들의 연봉. 해발 2천m가 넘는다. 이 높은 봉우리를 넘어서 태평양연안으로 빠지는 거다. 오르고 빙빙 들아 몇 시간이나 걸렸을까. 드디어 산봉우리 고갯길에서 차가 멈추었다. 하도 험한 길이라서 그런지 우리 일행이외에는 다른 차들은 본 일이 없었다.
고생은 했지만 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산맥의 풍경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우거진 나무들, 그건 인적미답의 원시림, 그것이 한없이 눈 아래 전개되는게 아닌가. 해발 2천m 그 고갯길에서 땀을 식히며 쉬는 이 장관, 혼자 경험하기에는 아까운 느낌이 들었다. 한 10년전, 그러니까 1969년 프랑스의 망퉁이라는 지중해 해안 도시에서 국제 PEN클럽 대회가 열렸었다. 그때 지중해에 떠있는 역사의 섬, 코르시카를 관광했다. 코르시카는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 해발 3천m 봉우리의 섬. 그 섬의 2천5백m 지정에 있는 산 봉우리 마을에서 식사를 한 일이 있다.
그곳까지는 질로 꼬불꼬불 빙빙돌아 올라가는 길, 그 절경, 지금도 머릿속에서 바람치고 있지만 이 샌타루시아산맥을 넘은 경치도 또한 그러했다.
그 고갯길에서 내려오는 길이 올라오는 길보다도 더 험하다. 아슬아슬한 비탈길, 아차하면 이 세상 그만이다. 얼마나 마음 졸였던가 일행은 모두 말이 없다. 침묵이다. 얼굴들이 모두 긴장된 빛이다.
한참 숨을 죽이고 운전하는 분만 믿고 내려오는 길. 아, 얼마나 조마조마했던가.
그러다가 눈에 번득 비쳐들기 시작한 태평양의 한없는 물결, 아, 이젠 살았구나 하면서 숨을 크게 내쉬는 그 상쾌감, 이 세상에서 드물게 맛보는 경험이라고나 할까.
루시아라는 해안 마을에서 쉬고 다시 태평양 파도치는 해안도로를 북상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실로 장관, 그 자연이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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