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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돈줄" 계 55%가 찬성|「독자토론」에 비친 독자들의 의견을 들어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토론에 참여한 1백4명의 독자 가운데 과반수가 약간 넘는 55%(58명)가 찬성했고45% (46명) 가 반대했다.
또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찬성쪽도, 반대쪽도 여자보다 남자가 더 많았다. 찬성 58명 가운데 여자가 24명인데 비해 남자는 34명, 반대 46명 가운데 여자가 18명이었는데 비해 남자는 28명에 달했다.
찬성이유는 은행문턱이 높아 서민들의 목돈 마련 수단으로는 아직은 계밖에 없다는 주장이었다. 또 계를 통해 친목, 이웃사랑을 몸으로 배운다는 이유다.
그러나 점차 계가 대형화되어 본래의 목적을 잊고 투기화되어 가정파탄의 원흉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개중에는 소규모 친목계는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되 은행문턱을 낮추고 개와 비슷한 서민용 목돈마련이 쉬운 은행계 같은 것을 새로 만들도록 제안하는 의견도 있었다.

<찬성>

<친척·이웃들과 친목에 도움|문턱 높은 은행보다 목돈마련·급전융통 쉬워>

<여항계에 반지계까지>
농촌생활에서 없어서는 안될 것이 계다. 계의 종류도 다양해 반지계·여행계·혼례계까지 있다. 사실 농촌에서는 여간해서 여행을 하거나 반지마련을 할 수 없고, 혼례·회갑등 집안일이 닥치면 빚을 내지 않으면 안된다. 계는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고, 부락민끼리의 친목을 강화해주는 아주 좋은 제도다. 허경조<경남 통영군 광도면 죽림리 713>

<위험은 따르지만 편리>
살다 보면 목돈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위험이 있긴 하지만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계다.
은행은 일반서민이 이용하기엔 너무도 까다로운 곳이고, 어려운 형편을 무릅쓰고 푼돈을 모아만든 목돈에 각층 세금까지 부과하니 더욱 멀어지게 된다. 강순금 <서울 용산구 원효로2가 23의24>

<친구들과 만나는 기회>
학교졸업후 친구들끼리 친목계를 조직했다. 계라기보다 한달이 한번씩 만나 우의를 돈독히 하며, 적은 돈이라도 모아 목돈을 만들어 요긴하게 쓰게 하니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박순미 <서울 마포구 용산동 494의252>

<서민금융으로 육성을>
각박한 세태에서 어려운 사람끼리 서로 돕고 사는 의미에서 계를 긍정적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가끔 계로 인한 사고 때문에 계 본래의 의미가 곡해와 계 자체가 나쁜 것으로 이해되기도 하지만 계에 대한 연구와 선도책이 마련돼서 민금융의 한 수단으로 건전히 육성 되었으면 한다. 이용희 (대구시 중구 동인동3가 271의170)

<길흉사에 서로 도움>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계를 조직해 길·흉사에 서로 도우며, 서로의 친목을 다지는 것은 현대인에게 자칫 결여되기 쉬운 이웃사랑 정신배양의 중은 기의가 된다고 생각한다.
때로 계로 인한 파탄도 없지 않으나 계로 인한 잇점, 특히 친목이란 측면에서의 계는 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오세영<충북 청주시 북문로2가 135의5>

<조금씩 부어 목돈으로>
일반적으로 계를 하는 사람들은 생활이 넉넉지 않은 서민층이다. 은행은 서민들에게 문턱이 높기 때문에 돈이 필요할 경우 쉽사리 이용할 수 없다.
반면에 계는 주로 친척·이웃·친구들끼리 모여 서로의 돈을 쉽게 이용하고, 적은 액수의 돈을 은행보다 나은 조건으로 목돈으로 불려나갈 수 있어 좋다.
또 쉽게 만날 수 없는 친척·친구·이웃들이 자주 한자리에 모여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것도 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장성삼 <경북 안동시 삼산동 106의9>

<잘만 굴리면 아주 유리>
내가 생각하는 계의 잇점은 다음과 같다. 우선 중도해약이 안되니까 끝까지 불입해 목돈을 탈수 있으며, 둘째 앞번호를 타 그 돈을 굴리면 또 하나의 계를 부을 수 있고, 세째 급전이 필요할 때, 계원 사이에 쉽게 융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잇점 때문에 금융기관에서 계와 같은 제도를 만들지 않는 한 계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김애라 <서울 성동구 자양동 384의4>

<계는 서민생활의 일부>
『계 때문에 집안 망했다』는 소리도 가끔 들리지만, 가난한 서민들을 살려주는 것은 역시 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은행이 있긴 하지만 제반절차가 너무 까다로와 서민이 이용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서민이 의지할 곳은 계뿐이다.
가끔 계가 깨지는 위험도 없지 않지만, 극히 악질적인 사람이 아니고는 어느 가정이나 계돈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비목이리라. 홍호진 <강원도 삼척군 삼척읍 성내리 6반>

<법에 의한 양성화 시급>
계는 양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 어딜 가도 계 없는 곳이 없고, 우리생활의 일부로 완전히 관습화했다.
우리 민법에 보면, 『민형에 관해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면 조리에 의한다』고 돼있다. 법에 의한 계의 양성화가 시급하다. 한대흠 <충남 대전시 중구 태평동 260의26>

<반대>

<은행적금등 다양해, 계가 유리한 것도 없어|본래 목적 잃고 정차 투기화>

<중도해약하면 손해>
목돈마련과 친척간의 유대관기를 갖기 위해 20명계의 17번을 들어 한달에 4만6천원씩 내기로 했다. 그러나 사정이 생겨 곗돈 넣기가 불가능해져서 두달치만 붓고 말았다. 결국 곗돈으로 9만2천원을 붓고도 중도해약이라는 이유로 6만원만 돌려 받고 말았으니 게라고 하면 이제 꼴보기도, 들기도 싫어졌다. 김명희 <서울 종로구 신교동5>

<깨어질땐 헐뜯고 싸움>
얼마나 가계부에 보탬이 될지 몰라도 어떻게 보면 좀 욕심있는 주부들의 치맛바람으로 구성된 조직이 계모임인 것같다.
나중에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서로 헐뜯고 질시하는 관계로 돌변하는 불상사를 주위에서 많이 보았다. 조금 이자율이 낮더라도 처음부터 안전한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몇 배 마음 편치 않을까 생각된다. 김현주 <22·서울 동대문구 청량리1동 750>

<가정파탄의 큰 원인>
가정경제에 보탬을 준다는 사실보다는 계로 인한 가정과 나아가서는 사회파탄이 계의 선임감처럼 느껴진다. 이익추구가 당연한 논리로 받아 들여 진다기보다 계가 끝날 때까지 결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불안한 생활의 연속이라는 검에서 계는 필요악인지도 모른다. 설사 돈이 필요할지언정, 뒤따르는 위험을 생각할 때 계를 반대하는 입장에 서고싶다. 이명숙 <36·인천시 남구 간석동 주공아파트 52동101호>

<타고나면 불입액의 배>
몇년전 친척들의 권유로 친목회겸 한달에 한번씩 모인다는 계에 들었다. 그런데 곗돈을 타기 전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타고나니까 이제까지 불입액의 배를 내야하는 게 아닌가. 나는 그때「계」파동의 이유를 알것 같았다.
그후로 적금을 들고 있다. 다달이 도장이 찍혀 나오는 안도감이랄까 기다림이 있기 때문이다. 백명숙 <서울 관악구 신림4동 1464의1>

<구시대의 저축수단>
아직도 목돈 마련을 계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은 것같다. 계는 금융기관이 없었던 구시대의 저축수단으로 구시대에는 꼭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적금이 있는 현대에도 계를 이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불안하게 계를 하는 것보다 가까운 은행에 이율 높고 안전한 적금을 붓는 젓이 좋지 않을까. 최희신 <주시·서울 도봉구 미아4동 4의66>

<고리대금 두둔하는 셈>
계를 하다가 깨지거나 계주의 배신으로 돈을 떼이고 해결책을 찾는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요즈음 계는 예금하는 것보다 금리가 훨씬 높고 빨리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따져보면 계는 서민들 스스로가 악랄한 고리대금업자들을 두둔하고 도와주면서 영원히 고리사채의 부담을 감수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결과가 된다. 강문기 <부산시 남구 용호1동 287의1>

<사고에 대한 대책 없어>
계는 신용이라는 한가지 구두약속이 있을 뿐 사고에 대한 책임규약이 없다. 서류상 규약이 없는 금전관계는 언제고 사고의 위험이 따른다. 돈이란 신용을 깨뜨릴 수 있는 성격을 다분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목돈마련을 위해서 계를 한다고 하지만 지금은 은행에서도 각종 서민금융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에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계를 할 필요가 없다. 김문억 <회사원·서울 종로구 종로6가 72 이대병원공급실>

<남편에게 신용 잃었다>
나는 계로 인해 큰 피해를 본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도 그 피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남편으로부터도 믿음을 잃어 대우받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목돈이라는 혹시나 하는 기대가 계를 유혹했지만, 나같은 영세민 아녀자들은 부디 계를 멀리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계에 미치면 남는 것은 피해밖에 없다. 홍춘자 <주부·서울 성북구 하월곡2동 21의43>

<옛날 계와는 달라져>
계모임은 주로 여성들이 하는데, 나는 주부들에게 항상 계를 들지 않도록 권유하는 사람이다. 계가 푼돈 넣어 목돈 만든다는 것이지만, 사고 없이 제때에 돈을 타도 내 생각은 계가 항상 손해보는 것이라는 때문이다. 옛날의 계와 지금의 계는 천차만별이란 말이 맞도록 변했고 지금은 적금이나 보험등 좋은 저축수단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친목을 도모하는 계는 이게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종도 <57·서울 은평구 대조동 54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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