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티의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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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수년간 노벨 문학상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뜻밖의 인물에 돌아가고 있다.
금년의 수상자「엘리아스·카네티」도 예의는 아니다.
75년의 이탈리아 시인「믄탈레」가 그렇고, 77년 스페인 시인「알레이샨드레」가 그랬다.
또 78년 미국소설가「아이작·싱거」나 79년의 그리스 시인「엘리티스」, 그리고 작년의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체스와프·미와시」가 모두 그랬다.
이들은 모두 인권과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의로운 투쟁을 벌인다든가, 소수민족의 전통과 전설을 주제로 인류의 이상을 추구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카네티」의 문학엔 특히 코즈머폴리턴 적 정신이 아로새겨져 있다. 그의 인생의 족적 대로다.
스페인 계와 유대 계의 혼혈로 불가리아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와 스위스와 독일에서 수학하고 영국국적을 가지고 거기에 살면서 독일어로 작품을 쓰고있다.
그 작품은 벌써 미국·프랑스·이탈리아·체코 등 17개 국어로 번역 소개된바 있다.
그의 「세계인」적 기풍은 30년 대 빈의 분단 기이기도 했다. 나치즘과 파시즘이 광란하던 그 암울한 시대에 몰락하던 제국의 수도 빈의 운명과 부조리의 작가「카프카」의 영향은 그의 문학세계를 결정해 주었다.
35년 작 『현혹(Die Blendung)』과 60년 대 『군중과 권력(Masse und Macht)』은 그 문학정신의 산물이다.
현실에 대결하는 투철한 정신, 반항하는 인간의 고통과 보람이 은유적으로 표현된『현혹』은 발표 된지 40년 만인 72년에 독일 문학 아카데미로부터 뷔히너 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들은 전쟁과 전체주의적 사고에 대한 우려가 기조가 되고 있다.
사회심리학적 저서인 『군중과 권력』에서도 인간의 본성과 행태를 파헤치면서 『인간의 육체는 권력욕으로 뒤덮여있다』고 술회하고 있다. 그는 인간을『약탈 품을 얻으려는 간교하고 피에 굶주린 투쟁적 족속』으로 정의하고 있다.
인간은 고독감을 벗기 위해 군중에 합류하지만 평등감과 동료의식은 잠시뿐 인간을 묶는 담장 속에서 속박과 괴로움을 느끼게 된다.
『국가사회주의와 전체주의의 잔악한 권력정치에 혐오를 느낀다』고 했던 그는 역사적 영웅들의 자기 「정당화」도 규탄, 『이들의 궁극적 목적은 살인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의 문학적 향기가 현대사회의 모순을 비판하는 살벌한 분위기로 지워지는 건 아니다. 스웨덴 아카데미가 그의 작품 중 최고봉이라고 꼽은 회고록『해방된 혀(Die Gerettete Zunge)』가 『경이적 묘사력, 풍부한 예술성, 예리한 인생관과 문학관을 보여준다』고 평가한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노벨상이 한국인의 차례가 될 기회는 무르익은 것 같다. 그러나 투철한 작가정신과 뛰어난 문학성으로 그에 대처할 우리 문인들의 노력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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