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트랙)의 철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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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간능력 한계에 도전
일순간에 희비가 교차되는 육상(트랙)은 올림픽에서 언제나 세계의 이목을 모은다.
백분의1초를 다루는 인간능력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어서 스릴의 연속이다. 그래서 육상에서는 어느 종목보다 많은 스타들이 탄생되고 화제 또한 풍성하다. 「날으는 핀란드인」으로 불리는 「누루미」는 3개 대회의 올림픽에서 금9, 은3개를 따냈고 45분간에 6개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미국의 「오엔즈」는 「검은 탄환」으로 올림픽육상을 빛낸 불세출의 영웅이다.
60년 로마올림픽에서 화제의 여성이었던 「루돌프」(미국)는 소아마비를 극복하고 3개의 금메달을 따냈고 「코엔」(네델란드)은 엄마선수로서 4개의 금메달을 안아 위대한 여성선수로 꼽히고 있다.

<비렌, 5천·만m 2연패>
72년 뮌헨과 76년 몬트리올에서 5천m와 당시 죽음의 레이스라던 1만m에서 각각 2연패한 핀란드의 「비렌」은 「현대 장거리의 왕자」로 각광받은 대스타.
「파보· 누루미」는 1920년 7회 앤트워프에서 1만m와 지금은 없어진 크로스컨트리의 개인과 단체에서 우승하고 5천m에서 준우승했으며 1924년 파리에서는 1천5백m·3천m·5천m 크로스컨트리의 개인과 단체에서 4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그는 1928년 암스테르담에서는 1만m에서 금메달, 5천m와 3천m 장애물에서는 각각 은메달을 따내 모두 금9·은3개의 기적같은 대기록을 세웠다.
「누루미」의 9개 금메달은 올림픽 육상에서 최다금메달.
1897년6월13일에 태어난 그는 9세 때 육상을 시작했으며, 육상에서 모두 22개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철인. 그는 항상 스톱워치를 손에 쥐고 뛰는 별난 선수로도 유명하다.
52년 헬싱키대회에서는 성화최종주자로 등장했으며 금메달획득 후 유럽순회경기에서 돈을 많이 받았다고 국제육상연맹으로부터 아마자격을 박탈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노후에 류머티즘 등 나쁜 건강으로 수난을 겪은 그는 73년10윌2일 76세로 영웅의 일생을 마감했으며 그의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졌다.

<45분동안 세계신 6개>
20세기 전반 최대의 스타로 꼽히는 「오엔즈」는 36년 베를린에서 1백m·2백m·4백m계주·넓이 뛰기에서 4개의 금메달을 무더기로 쓸었고 35년5월25일 미국 미시간에서 열린 선수권대회에서는 하오3시15분부터 4시사이에 6개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기적의 사나이. 세계육상사상 이 같은 대기록은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간주되고있으며 그는 이후 프로로 전향했다.
특히 베를린올림픽에서 「오엔즈」가 우승하자 당시 경기장에 있던 「히틀러」는 불쾌한 표정으로 퇴장한 것은 유명한 일화. 「히틀러」는 게르만민족의 우월성이 흑인 「오엔즈」에 의해 무너졌다고 퇴장했던 것. 「검은 영웅」 「오엔즈」는 지난해 3월21일 폐암으로 사망했으며 「오엔즈」의 4관왕은 「히틀러」의 유대인탄압정책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난8월 워싱턴포스트지가 보도, 또 한번 화제를 불러모았다.
이 대회이후 육상에서 한선수가 3개종목만 출전하도록 규정이 바꾸어져 그의 4관왕은 영원한 대기록으로 남게됐다.

<소아마비 딛고 3관왕>
엄마선수인 「코엔」은 60년 로마대회에서 1백m·2백m·4백m계주·8백m허들에서 4개의 우승을 석권했다. 1940년 스포츠기자와 결혼, 두아이의 어머니인 그녀는 당시 30세로 최대의 화제를 불러모았고 네덜란드 「유리아나」여왕도 그 나라 최고훈장인 기사상을 주기도-.
60년 로마에서 1백m·2백m와 4백m 계주의 금메달리스트인 미국의 「루돌프」는 4살때 급성폐렴과 성홍열을 한꺼번에 앓아 왼쪽다리에 장애를 일으켰으나 집념 끝에 이룬 3관왕이어서 그녀의 금메달은 한층 값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회 대회에서 미국 「버크」가 12초를 기록한 1백m는 1908년에 10초벽이 깨어지고 이후 60여년의 도전 끝에 68년 멕시코시티에서 미국흑인 「하인즈」에 의해 「마의 10초벽」이 깨어진 것이다.
「하인즈」는 64년 동경예선에서도 9초9룰 기록했으나 당시 초속2m의 뒷바람 때문에 공인되지 않았다. 실로 0·9초를 단축하는데 60년의 세월이 흘렀으며 「하인즈」가 기록한 9초9는 아직 깨어지지 않고 있어 과학자들은 이9초9가 인간이 도전할 수 있는 한계기록이라고 말하고있다.

<조이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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