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의 핵무기증강계획에 담긴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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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소 두나라는 오는 11월30일부터 제네바에서 양국간의 군축회담이 개시된다고 자랑스레 발표했지만 두 초강대국이 군비를 축소하기로 쉽사리 합의할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제네바회담에서 다루어질 유럽의 전투지역핵무기(TNF) 축소전망도 힘든 판국에 「레이건」의 등장으로 이미깨어져버린 미소간의 전략무기제한협정(SALTII)의 장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레이건」대통령이 지난2일 발표한 미국의 핵무기증강계획은 바로 이러한 분위기와 일맥상통하는 흐름이다.
다시말해서 「례이건」은 그동안 소련의 핵군사력이 너무 일방적으로 강화돼왔기 때문에 미국의 약점을 보완하고 미소간의 핵군사력의 균형을 맞추어야만 전쟁도 방지되고 진정한 의미에서의 군축회담이 가능하다고 보고있는 것이다.
현재 미소간의 핵군사력은 어느쪽이 더 우세하다고 말하기가 지극히 힘들 정도로 그 분야가 복잡하며 피차간의 판단기준의 차이때문에 계산하기도 힘들다.
미국(나토포함)은 대륙간장거리전략폭격기 분야에서 3백47대 1백56으로 소련을 능가하고 있으며 전략핵탄두도 9천6백70대 8천1백35로 미국이 우세하다. 반면 소련은 대륙간탄도탄(ICBM)에서 1천3백78대 1천54로 미국을 앞서고 있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수도 9백50대6백88로 소련이 미국을누르고 있다.
특히 핵미사일 잠수함은 86대43으로 소련이 2대1의 비율로 미국을 앞서가고 있으며 중거리탄도탄(IRBM)과 MRBM은 6백50대18로 소련의 독주현상이 계속되고있다.
미소양국이 보유한 핵무기는 지구전체를 30회 이상이나 초토화 시킬수 있는 가공할 파괴력을 갖고있는 현실때문에 독점국가가 전폭기나 미사일 몇십개를 더 보유한다는 것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을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선제기습공격을 가해올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가령 부국이 소련의 기습적인 핵공격을 받았다고 가정할때 미국은 기존 핵무기와 핵시설의 상당부분의 파괴를 예상해야 하며 그런후에라도 소련에 대한 보복을 가할 수 있는 여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물론 소련도 똑같은 계산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강대국의 군사력경쟁은 끝없는 줄다리기가 되고만다. 「레이건」대통령이 향후5년간 1천8백3억달러를 투입, 미내의 핵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한것은 「카터」 행정부때 상당부분 뒤지고 있던 미국의 입잠을 조속히 보강하겠다는「레이건」의 뜻을 담고 있다. 「레이건」계획의 골자는 MX미사일, B-1, 그리고 스텔드폭격기를 개발생산하고 D-5미사일·군사통신망·민방위체제등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레이건」은 『소련이 아직도 핵전쟁에서 이길수 있다고 믿는데 문제가있다』면서 미국의 전략핵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최소한 21세기까지의 세계평화를 보장하고 그런 바탕(핵균형)위에서 미소간의 군축회담분위기를 만들겠다고 밝히고 있다.
「레이건」의 계획중 가장관심의 대상이 되는것은 역시 MX와 B-1. 특히 MX는 미국역사상 가장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있는데 그이유는 이 미사일의 배치방법과 장소때문이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보다 성능이 27배나 강한 핵탄두를 10∼14개 적재하고 6천마일을 비행한후 소련내 주요도시와 군사기지를 모두 파괴할수있는 MX는 86년까지 1차로 36개가 먼저 배치될 예정이다.
「레이건」의 구상대로라면 개당 제작비가 1천8백만달러가 되는 MX미사일 1백개가 모두 배치되는것은 89년도가 된다.
「레이건」이 기존 타이탄미사일 격납고에 우선 36개의 MX를 배치하기로 한것은 반대세력을 무마하면서 막대한 경비를 절감하겠다는 계산을 했음이 분명하다.
1989년에 완성될 D-5잠수함미사일은 트라이트·미사일보다 더 정확하고 치명적인게 강점이다.
폴라리스잠수함미사일의 주임무는 공격하기가 쉬운 소련안의 대도시를 파괴하는 「보복용」인데비해 D-5잠수함미사일은 직접 소련안의 핵미사일을 공격할수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밖에도 「레이건」 행정부는 군사및 통신망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소련의 기습공격에 견딜수 있는 ICBM개발을 계속해 신형ICBM은 산악지대에 배치하는 방안을 연구중인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레이건」의 핵전력증강계획은 모순이 많고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긴해도 현재로선 이계획의 대부분이 원안과 비슷하게 의회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를 포함한「레이건」행정부의 일련의 군사력강화조치가 소련으로 하여금 당장 군축회담에 더큰 흥미를 느끼게할 가능성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어쩌면 두 초강대국은 당분간 더욱 치열한 군비경쟁의 시대를 맞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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