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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산업 주식회사 -유전공학의 시대 개막|식량박테리아 합성 (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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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식량부족 문제는 한쪽에서 비료가 필요 없거나 다수확종인 새로운 식물개발로 해결하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미생물을 이용한 단백질 생산, 가축의 개량 및 신품종 개발 등 동물로 「먹는 문제」를 풀어보려 하고있다.
미생물 이용은 효모나 박테리아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누가 유전자라는 원료를 재단, 재봉해서 「황금의 알을 낳는 거위」를 만드느냐는 경쟁이 치열하다.
박테리아만 해도 수많은 박테리아종류에서 어떤 성질들을 떼어내고, 또 이것을 어떻게 결합시켜 새로운 박테리아를 만드냐는데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예를 들면 O라는 연구진이 A·B·C라는 박테리아에서 특수유전자를 빼내어 결합시킨 결과, 값싸게 단백질이나 알콜을 만드는 새로운 박테리아가 태어났다고 하자. O라는 연구진은 그들이 「황금의 알을 낳는 거위」를 만들었다고 축배를 들것이다.
그러나 며칠이 안되어 X라는 연구소에서는 O·P·Q·R라는 박테리아에서 유전자를 빼내어 훨씬 효율이 높은 새로운 박테리아를 만들어 냈다고 발표한다. 이에 자극 받은 다른 연구진들도 각기 적절한 원료 (유전자) 와 재단기술을 발휘해 새로운 미생물을 만듦으로써 이 분야의 우열은 점치기 힘들게 된다.
유전자숫자가 적어 비교적 다루기 쉬운 미생물이용 단백질 생산은 이미 상업화단계에 있다.
영국의 ICI사는 68년 이미 미생물을 이용하는 단백질공장을 세운바 있다. 그러나 자연에서 얻은 박테리아는 효율이 나빠 그 동안 운용을 하지 못했다.
최근 유전공학붐에 편승하여 ICI의 연구진들은 단백질 생산박테리아를 새로이 만들기로 하고 새로운 유전자를 찾아 나섰다.
이들은 몇년간에 걸쳐 박테리아의 유전자 조각들을 이리저리 떼어 맞추는 실험 끝에 메틸알콜을 단백질로 바꿔놓는 효율 좋은 박테리아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 공장을 가동시킬 수 있게됐다.
현재 ICI두는 연산 7만t의 시설에서 단백질을 생산하고 있는데 아직은 질이 좋지 않아 동물의 사료나 양어장의 먹이로만 공급하고 있다. ICI의 계획은 앞으로 양질의 단백질을 생산, 육류와 대체할 수 있는 식품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이고 시설도 연산 수십만t 규모로 확장할 것을 고려 중에 있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사(GE)도 단백질 생산 박테리아를 갖고 있다. GE의 「아난다· 차크라바티」박사가 72년 네가지 종류의 박테리아에서 각각 다른 유전자를 떼어내 하나의 새로운 박테리아로 확정시킨 것으로 원유를 단백질로 바꿔주는 성질을 갖고있다.
이 박테리아는 원유를 공급하면 단백질을 생산하므로 앞으로 식량난 해결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기름으로 오염된 항구나 선박의 청소부로도 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데 GE가 특허를 얻기 위해 연방대법원까지 가면서 소송을 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실용화하지 못한 채 있다.
동물의 품종개량은 포유동물세포가 갖고있는 유전자수가 많고 그만큼 복잡한 구조를 갖고있어 아직은 탐색단계에 있다.
동물세포의 유전자를 마음대로 떼어 맞추기 위해서는 생식세포의 유전자지도가 작성되어야 하는 등 해결해야 될 난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는 소나 돼지의 우량종 정충을 냉동시켰다가 암소에 수정시키는 재래식 수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다만 제넨테크사가 개발한 소의 성장호르몬이 생명산업에서 처음 등장한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제넨테크사는 화학회사인 몬산토와 손을 잡고 소의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을 유전자 조작법에 의해 개발했다.
80년대 중반에 가서야 실용화할 이 호르몬은 실험에서는 소가 단시간안에 성장하고 우유의 생산량도 늘어난다는 것이 확인됐다.
학자들은 이종 동물간의 유전자조작에 의해 코끼리 같은 돼지라든가 쇠고기 맛을 갖는 토끼 등은 먼 훗날의 얘기라고 보고 최소한 2천년대 이전에는 이러한 방법이 실용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언했었다. 그러나 금년 8월 오하이오대학연구진이 토끼의 유전자를 쥐에다 넣어주어 유전시키는데 성공함으로써 동물간 유전자 조각에 의한 신종 육류용동물의 출현은 상당한 속도로 연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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