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진정과 경기자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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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예년의 경우로는 하반기에 물가를 동요시키는 두 번의 고비를 들 수 있었다. 추석과 연말이 그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추석이 낀 9월중의 물가가 의외로 안정되어 물가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1일 경제기획원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물가동향에 따르면 9월중 도보는 0·9%, 소비자물가는 1·l%상승에 그쳐 올 들어 각각 12·7%, 14·3%가 오르고 있다.
이러한 추세대로 간다면 올해의 예상 물가상승률 20∼25%선을 밑돌 것이 확실하다.
물가가 비교적 안정세로 접어들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원유가를 비롯한 국제원자재상의 안정으로 해외인플레이션 요인이 수그러들고 있다는 점이다.
수입물가지수가 5월 이후 하락을 계속하여 9월에도 8월과 똑같이 0·3%가 떨어졌다.
세계경기가 아직 본격적인 회복단계에 진입하지 못하고있고 원유가격의 장기적인 안정 등으로 주요 원자재가가 보합내지는 하락하고있는데 기인한다.
국내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자재가의 안정은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내경기동향에 따라 수입이 둔화하고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대내적으로는 태풍 등으로 식료품상의 상승이 있었음에도 공산품가의 안정으로 물가상승률은 소폭에 머물렀다.
국내경기 회복속도가 완만하여 일부 공산품가는 오히려 제값을 받지 못하는 현상마저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위에 금년 추곡작황의 호조로 식료품가가 변동이 없거나 반락한다면 물가상승세는 완전히 한풀 꺾일 것이 틀림없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물가정책은 추곡수매정책의 합리적 운영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농가의 생산비와 적정이윤을 보장하면서 식료품가도 안정시켜야 하는 어려운 줄다리기가 남아 있다.
여기서 우리가 고려해야할 것은 전반적인 물가안정노력을 농가도 분담하느냐 아니면 추곡수매가의 대폭인상만을 고집하여 물가를 자극하여 인플레이션의 폐해를 국민경제에 확산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측면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의 합의를 도출하도록 해야한다.
물가가 고정기에 들어가고 있는 이상 별다른 여건변화가 없다면 인플레이션의 수습은 가능한 것이며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물가안정기반의 구축은 국민경제의 모든 구성부문에 부하된 명제인 것이다.
해외에서의 충격이 완화되고 있는데도 정책수단의 선택 잘못으로 앞으로의 물가동요를 자초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만 전체적인 경제국면과 관련하여 한가지 우려할만한 것은 경기예고지표가 보여주고 있듯이 수출증가세의 점진적인 하향과 겹쳐 국내경기가 기대한대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세제개혁안이 미흡한데다 교육세의 신설로 조세부담은 오히려 증가할 것이 확실하고 거기에 기업의 설비투자의욕을 되살릴만한 재료를 발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물가안정추세와 연관시켜 금리인하등의 금융정책, 국회심의과정에서 세제개혁안의 과감한 손질이 뒤따르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러면 물가진정과 경기자극의 양면효과가 함께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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