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군사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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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국 군사력평가에서 국제적으로 높은 신뢰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전략문제 연구소는 최신판『밀리터리 밸런스』에서 지난 한해동안 북괴군사력이 부쩍 증강된 사실을 발표하여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따르면 북괴 육군 총병력은 60만에서 70만으로(한국육군 52만)증강되고 있다는 것. 이는 올해 미합동참모본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나타난 숫자와도 일치하고 있어 그 자료의 신빙성을 단적으로 발하고 있다.
북괴측은 그 증강된 지방병력으로 기계화여단(1개)과 특수전여단(4개)등을 증편, 주로 그 기동력과 공격침투력을 강화함으로써 특유의 전격적 기습공격태세를 더욱 뚜렷이 하고 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 한해동안 전투기총대수가 6백15대에서 7백대로(한국공군전투기 3백62대), 무려 85대나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이중 70대가 대지공격과 요격임무에 쓰이는 주력기종인 미그19의 증가분이라면 이는 북괴공군력의 실질적 증강을 의미한다. 즉 북괴공군이 그 보유기의 절반이상을 아직 낡은 미그15, 17로 충당해온 사실에 비추어 보면 미그19의 대량 신규도입은 항공기의 정예화를 노린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이같은 북괴군사력의 급격한 증강은 소련의 군사지지 없이는 생각할 수 없으며 한반도의 균형적 안정을 깨는 배후세력으로서 소련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이와 관련하여 소련이 태평양함대의 증강으로 블라디보스토크항이 협소해지자 요즘 나진항사용이 빈번해졌고 또한 최근에는 나진항 조차설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사실에서도 최근의 북괴 군사력증강은 단순히 한반도에 국한된 국지적 의미만을 가지는데 그치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밀리터리 밸런스』가 제시하고 있는 주요지표의 다른 하나는 북괴해군이 보유하는 잠수함이 16척에서 19척으로 늘어난 사실이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대형초계함(8척증), 쾌속정(7척증), 쾌속어뢰정(12척증)등 공격함정이 크게 증강된 반면, 방어함정인 연안초계정(40척감)을 줄이고 자체생산한 1백t미만의 상륙정(10척감)을 줄이고 있다.
이같은 함정의 증감현상도 공격형 신예함정의 증감과 방어용 또는 성능불량함정의 감축이라는 점에서 실질적 해군력증강을 의미하고 있다. 결국 북괴해군은 19척의 잠수함, 33척의 대형초계함, 1백41척의 쾌속정과 1백77척의 쾌속어뢰정등을 주력으로 하여 한국의 주요항에 기뇌를 부설하고 한국으로 들어오는 해상운송로를 차단할 수 있는 공격력을 보유하게 되었고 우리의 후방에 대한 수상양면공격과 연안타격등을 포함하는 공격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게다가 북괴에서 자체생산하는 고속포장비공격정과 고속어뢰정 중에는 외부에서 정화하게 파악하지 못한 함정들이 적지않을 것같다.
이처럼 북괴의 군사체제는 그 어느 병종을 보아도 겉으로 내세우는것처럼「자위」를 목적으로 하는 태세랄수 없다. 언제나 밖에서는 신예무기들을 부단히 도입하고 안에서는 민생의 회생위에 각종 살인무기들을 양산하면서 끊임없이 남북간 세력균형을 타파하여 끝없는 군비경쟁을 선도해온 측은 북괴다.
그러나 전력을 무기의 질과 양으로 측정하려는 것은 문제다. 특히 해·공군의 경우 그 운용비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한국에 비해 4분의 1의 경제력밖에 가지지못한 북괴가 2배강의 장비를 충분히 가동하고 있다고 보기어렵고 따라서 이런 군비증강이 바로 전력증강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남북 쌍방간의 쟁점으로 되어온 모든 문제들을 협상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양측수뇌가 대좌하자는 우리의「1·12」및「6·5」제의를 거부해온 북괴측은 그동안「고려민주연방제」나「민족통일촉진대회」와 같은 연막을 치면서 그 뒤에선 군비증강에 광분해온 사실이 또 한번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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