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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소비량 30%서 20%로 줄어|월 생계비 7천원 45만원|두개뿐이던 가전제품이 20여개로|쌀 한 가마 3,600원서 68,000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16년 전 서울에는 주생활의 개혁을 위해 아파트가 하루씩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 .
지금의 서울은 아파트가 숲을 이루고 있어 16년의 변모를 실감케 해준다. 그 동안 의·식·주 패턴의 변화도 아파트의 변모만큼 모습을 달리해 왔다. 주부…박경희씨 (45· 69년 「여원사」최우수 가계…)
부상, 73넌 「여성중앙」 가계부 금상)의 16년간 가계부를 모델로 그 동안…
의·식·주의 변화를 살펴보았다.<편집자 지>
자녀 4명을 키우고 교육시키면서 봉급생활자에서 이제 회사경영인으로 발전한 박씨 댁은 기초 확립기· 황? 기· 안정기·위안기의 평범한 일생 주기를 무난히 거쳐가고 있는 가정. 이 같은 라이프사이클에 따라 해마다 소득과 지출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지금은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 동안 우리 나라의 경제성 정도 눈에 띄게 발전, 가정 경제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친것을 볼 수 있다.
우리 나라 1인당 GNP를 보면 65년 1백5달러 였던 것이 70년 2백 34달러, 75년 5백65 달러, 80년 1천5백8 달러로 무려 15배 가까운 성장을 보여 주고 있다.
쌀 한 가마 3천6백원, 계란1 9원, 쇠고기 반근 1백60원, 갈치 한 마리 20원, 두부 한 모 10원, 콩나물 10원, 굴비 한 마리 38원….
65년 9윌 박씨의 가계부 지출 항목에 기록된 식료품 지출명세다.
쌀 한 가마 6만8천원, 계란 1개 58원, 쇠고기 반근 2천1백원 등 오늘의 물가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를 느껴지 않을 수 없다. 16년 동안 쌀은 19배, 계란은 6배, 쇠고기는 13배가 오른 셈이 수치로 보면 GNP 쌀과 평균 물가상승이 맞먹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탄 1백장이면 8백원이었고 세탁비누 10장에 3백90원 하는데 1백20원이었던 65년, 박씨 남편의 봉급(당시 육군대위)은 1만2천원이었다.
65년 이후 우리 나라의 엥겔계수(소비 지출 중에서 식료품비 가차지하는 비율)는 57%선에서 회마다 떨어져 80년 현재 48·2%로 났아졌다. 물론 73년 1차 석유파동 이후의 불황으로 엥겔계수가 한동안 상승세를 보였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는 하강곡선을 긋고있는 상대.
박씨 댁의 경우도 우리 나라 엥겔 계수와 거의 맞먹는 비율로 식료품 비를 지출해 왔다. 65년 남편의 1만2천원의 월급을 받아 7천원 (나머지는 저축) 으로 생계를 꾸려온 박씨는 당시 교통비도 높지 않았고 교육비도 없었으므로 자연 식료품비 지출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해준다.
65∼70년까지 식료품 비의 지출은 약 59%이었다는 것. 70년 이후 한동안 『소비는 미덕』 이라는 구호와 함께 박씨 댁의 식료품 비율은 차차 달라지고 있었다. 자녀도 자라고 살림 규모가 커지는 따라 다른 비용에 많은 돈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70∼75년에 비해 75∼81년의 식료품비 비율은 큰 차이가 없다. 박씨는 그이 유를 식생활 패턴의 변화에서 찾는다.
75년 이후 박씨 댁 식탁에는 쇠고기나 우유 등 동물성 단백질의 식품이 많이 오르기 시작했고 아침식사부터 빵을 먹는 양식(양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특히 자라는 자녀들은 우유· 쇠고기·과일과 같은 값비싼 식품을 요구하기 때문에 식료품비 지출이 많아지게 되었다는 것.
농수산부가 80년까지 조사한 식품 소비경향을 보면 80년 1인당 양곡 소비량은 2백으로 77년의 2백33·6Kg보다 22Kg이나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쌀의 1인당 연 소비는 70년 136·4Kg였던 것이 80년에 1백 34Kg으로 역시 줄어 든 현상을 볼 수 있다. 양곡 소비량이 준 것은 그만큼 식생활 내용이 고급·다양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양극 소비량이 줄어든 반면 채소를 비롯한 파일·우유·육류·해조류 등의 소비량은 80년 모두 185·3Kg으로 77년 1백24Kg에 비해 60·5Kg이나 늘어났다. 이중 육류는 특히 소비가 눌어 65년 9만7천6백 소비하던 것이 80년에는 43만2천6백82t로 약4·5배의 소비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식생활의 서구화는 쌀 소비보다 밀가루소비를 해마다 늘려가고 였다. 밀가루의 75년 l인당 소비량은 4·1Kg, 76년 4·4Kg등으로 증가를 보여 80년에는 5Kg가까운 숫자를 보여주고 있다.
이거 중류 가운데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박씨 댁에도 이것은 전제적인 우세와 벼 비슷한 식품비 지출이 가계부에서 현저하게 눈에 띤다.
박씨 댁 70년 가계부의 식품 선호를 보면 물오징어·콩나물·두부·돼지고기 정도가 많이 눈에 띠었으나 75년 이후 재란·우유·쇠고기 등 품목이 훨씬 많이 눈에 띠며 빵이나 치즈·소시지·햄 등의 식품 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65년 월 생활비 7천원을 쓰던 박씨 댁은 70년 3만원, 75년 20만원, 81년 45만원으로 늘어났다.
16년만에 64배의 생활비가 늘어난 셈이다. 물론 이는 물가 상승과 함께 발전한 생활수준, 그리고 늘어난 가족 수를 감안해야하는 수치다.
65년 전후하여 전문가들이 제시한 5인 가족기준 가계부 표를 보면 (월수입 2만원 기준) 식비 7천5백 월(37.5%), 주거비 5백50원(2·75%), 총 일비 1천8백50원 (9·25%), 가사 운영비 5백원(2·5%),피복비 2천2백원 (11%), 교육비 5백원 (2·5%), 문화비 1천원(5%), 교통비 1천5백원(7·5%), 보건위생비 2천원(10%), 세금·공공요금 4백원(2%), 저축 1천1백69원(5·8%), 잡비 8백31원(4·2%)으로 식비 지출에 많은 비율을 할애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1만원 수입의 가계부 모형에는 수입의 50%를 식비 지출에 충당하도록 짜고 있으며 1만5천원 수입 가정에는 40%의 시비 지출을 모험으로 내놓았다. 수입이 적은 가정에 식비 지출을 놀린 것은 낭비에 해당하는 교제비등 지출을 줄이면서 가족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식비 지출을 충분히 하여 결과적으로 필요이상의 의료비 지출을 예방토록 한다는데 뜻을 두었다.
함께 내놓은 필수 부식을 보면 한 달에 죄간 1회, 돼지고기 2회, 계란 10개, 일주일마다 생선 1회, 두부 5모였다.
박씨는 65년 1차 5개년 집 마련 계획을 세우면서 이 필수부식을 중심으로 메뉴를 짰다고 했다. 쇠고기는 1년에 한 두 번 정도 사먹을 정도. 최근엔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이 싼 음식물로 통하지만 당시엔 무척 비싼 식품으로 박씨의 가계부에는 등장하지 앉고있다.
75년까지 월수입의 30∼50%까지 저축을 해왔던 박씨는 전체 지출액에서의 식품비 지출 비율은 낮으나 저축을 제외한 나머지 생활비 지출에서의 식품비 비율은 50%이상을 차지했다.
따라서 자연 다른 비목에는 철저한 절약생활이 눈에 띠게 나타나고 있다.
4남매를 키운 박씨는 65∼7O년까지 맏이 이외에 새 옷을 사 입힌 자녀가 없다.
형이나 언니의 옷을 모두 물려받아 입혔기 때문이다.
부부가 외투를 해 입는 것은 4∼6년에 한번 정도였으며 남편의 양복도 2∼3년에 한 벌을 해 입는 정도였다.
70년부터는 피복비가 차차 늘어났으며 이젠 철 따라 가족 모두가 옷 한 벌씩을 해 입을 정도가 되었다.
75∼81년 사이 광열비가 전체 수입의 10%에서 15%로 늘어나고 있는데 각종 가전제품이나 전열기구의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씨 댁은 65년 가전제품으로 라디오와 전기다리미 점도가 있었을 뿐이나 이잰 냉장고·세탁기를 비롯, 2O여가지가 넘는 가전 제품을 소유하고있다.
65년부터 70년까지 수입의 30%를 저축하고 있던 박씨 댁에는 70년부터 75년까지 저축이 15%로 줄어들었으며 78년부터는 오히려 예금 인출이 시작되었다고 했다. 자녀 교육비·문화비·교제비등의 명목이 예금을 인출해서 쓰도록 하고 있다는 설명.『잘 살려고 지금껏 고생한 것인데 이제부터는 남에게 베풀며 살자』 는 것이 박씨 부부의 의견이다.

<김성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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