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m 폭풍 돌파 이승우 '방콕 대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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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 축구의 미래’ 이승우(16·바르셀로나 후베닐A·사진)가 일본 문전을 휘저었다. 일본은 이승우 하나를 당해내지 못했다.

 최진철(43) 감독이 이끄는 16세 이하(U-16) 축구대표팀은 14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 8강전에서 일본을 2-0으로 완파했다. 준결승에 오른 한국은 내년 10월 칠레에서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2009년 나이지리아 대회 이후 6년 만의 본선 진출이다.

 조별리그 2·3차전 말레이시아·태국전에서 연속골을 넣었던 이승우는 일본과 8강전을 앞두고 “조별리그에서 우리의 본래 모습을 7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가 준비한 것만 잘 보여주면 일본 정도는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는 경기 초반 일본의 압박 전술에 공 잡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한국은 일본의 조직적이고 거친 압박에 전반 중반까지 밀렸다. 이때 이승우가 해결사로 나섰다. 이승우는 전반 42분 왼쪽 측면을 돌파한 김정민(15·신천중)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공을 밀어넣었다. 중원에서 공을 잡고는 측면을 돌파한 동료를 보고 패스한 뒤, 곧바로 공간을 만들어 날카로운 슈팅으로 연결했다.

 후반 2분 이승우는 ‘메시급’ 개인기로 추가골을 터트렸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을 잡은 뒤, 질풍같은 드리블로 60m 가량 상대 문전을 향해 달렸다. 수비수 4명을 스피드로 따돌린 이승우는 일본 골키퍼마저 제친 뒤 가볍게 왼발로 골망을 갈랐다. 이승우의 환상적인 드리블에 일본 수비진은 속수무책이었다. 골을 넣은 뒤 이승우는 관중석을 향해 귀를 들이대는 세리머니를 펼치는 여유도 보였다.

 지난 2011년 스페인의 명문 클럽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한 이승우는 각급 단계 팀에서 대회 우승과 득점왕을 휩쓸었다. 탁월한 개인기와 득점력을 과시하며 매년 자신의 연령보다 높은 단계로 월반했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바르셀로나의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27)와 비교하며 이승우를 극찬했다. 스페인 스포츠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지난해 1월 “이승우의 플레이는 메시와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빅클럽 첼시·맨체스터 시티 등에서 러브콜을 보냈지만 이승우는 지난 3월 바르셀로나와 5년 재계약을 맺었다. 바르셀로나 유스팀 최종 단계인 후베닐A에 지난 7월 승격한 이승우는 “메시·네이마르와 같이 뛰고 싶다”는 꿈도 밝혔다.

 최진철 감독은 “골 결정력과 순간 스피드는 또래보다 2~3단계 위에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잠재력을 갖춘 선수”라며 이승우를 높이 평가했다. 이승우는 “아시아 정상에 반드시 서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한국은 17일 우즈베키스탄-시리아 승자와 준결승전을 치른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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