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동안 뭘했나|11대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알아본다 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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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6월부터 본격화한 의원 외교활동이 정기국회 개회를 목전에 두고 거의 끝났다.
쿠바의 아바나에서 열리고 있는 IPU(국제의회연맹)총회에 참석중인 17명을 제외하곤 공식·비공식으로 해외에 나갔던 의원들이 거의 다 귀국했다.
11대 국회개원이래 현재까지 해외여행에 나선 연인원은 2백28명.
이중 3회 이상 여행한 김윤환·김문석·유한열의원 등도 있지만 이 같은 중복여행의원을 감안해도 전체 2백76명의 3분의2인 1백80여명이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정당별로 보면 ▲민정1백26명 ▲민한 63명 ▲국민 25명 ▲의정동우회 14명으로 의석25명인 국민당의경우 평균 1회씩은 다녀온 꼴.
상임위별로는 외무위가 연인원 41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재무 28명 ▲농수산 24명 ▲상공 22명 ▲내무 21명의 순이며 법사가 9명으로 가장 적다.
여행의원 중 자비 부담자는 71명뿐이고 나머지 1백57명이 국비나 초청자 부담 등으로 나갔다.
11대국회에 들어와 의원출국이 이처럼 많아진 것은 의원 겸직이 허용되면서 개인 사업차 또는 각종 단체나 모임의 대표자격으로 출국하는 의원들이 많았기 때문.
공식적으로 나간 의원들은 ▲정내혁국회의장 ▲유치송민한총재 ▲권정달민정사무총장팀과 외무·내무·국방·재무·상공·건설의 6개 상임위팀 및 한중의원친선협회 등 5개 친선협회팀, 그리고 IPU·APPU·한일의원연맹회의 등으로 나간 1백20여명.
각국의 조세제도나 공직자윤리법안자료 수집 등 비교적 뚜렷한 목적을 갖고 외교활동에 나선 상임위팀에 비해 개인자격 출국은 ▲우정의 사절단(왕상은·봉두완·김문석) ▲6·25참전용사회업무(지갑종) ▲해외건설시장개척(이동진) ▲세계에스페란트대회참석 (김판술) ▲반공강연 (오제도) 등 그 목적이 각양각색.
특히 겸직의원의 상용 또는 업무용출국이 두드러지게 늘어난 동시에 새마을세미나 참석(김숙현·대만), 자매시로부터의 양수기인수(황명수·일본), 동창회업무 (이재근·자유중국),재일함양군민회참석 (임채홍) 등 이색목적의 여행도 없지 않았다.
금년부터 의원외교활동의 기본방향이 통일·안보·경제 등 정부의 현안외교를 측면 지원하고 국회에 계류중이거나 다룰 예정인 입법안 심의를 위한 참고자료수집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관광여행이나 위로출장의 경향이 많이 퇴색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새로 구성된 의원외교활동운영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여행기간은 20일 이내, 팀구성은 5명내외로 제한했기 때문에 종전의 나눠먹기식 외유는 많이 지양된 셈이다.
외교활동의 내용에 있어서도 과거에 비해서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있다.
재무나 내무와 같이 뚜렷한 목적을 갖고 출발했던 상임위팀들은 입법자료 수집에 어느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고 상공위도 방문국 의회의의장·부의장·총무 등 간부중심이 아니라 「소위」관계자 등 핵심의원 등을 두더지식으로 파고드는 새로운 스타일의 의원외교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중동지역을 시찰한 건설위나 중남미지역을 순회한 외무위 등은 하루 공식일정을 9건이나갖는 등 강행군을 계속하여 의원들이 코피를 흘리는 사태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의원외교가 단순히 「외유」가 아님을 증명하려고 애쓴 흔적도 있다.
11대부터 의원들의 몸가짐이나 의원외교에 임하는 태도가 종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해외공관이나 교민들로부터 들었다.
과다한 쇼핑, 단원간의 불화, 무절제한 개인행동 등이 과거에 비해 개선된 감이 없지 않으며 식사한끼까지 행동통일에 신경을 쓰는(이태구의원팀)등 이른바「외유잡음」을 막는데도 참가의원들은 세심한 배려를 했던 것 같다.
외교행랑에 자신이 신던 구두를 부쳤던 9대때의 「파우치사건」이나 「물개가죽」등으로 대표되던 추태가 자취를 감췄고 출국팀이나 인원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말썽이나 실수는 비교적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정내혁의장팀이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갈 때 어느 반한인사가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취소시킴으로써 애를 먹게된 일이라든가, 모팀의 단장이 뉴욕의 한 호텔에서 양복을, S의원이 소지했던 달러를 도난당한 사건따위가 있었지만 모두가 의원자신의 품위문제와는 관련이 없는 일들이어서 단순한 에피소드로 기록되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개선된 점도 있지만 아직도 고쳐야 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국가의 지역을 중복 방문치 않도록 한다는 당초 방침에도 불구하고 방문목적이 다소 다르기는 했다 하지만 중남미지역에 3∼4개팀이 잇달아 방문했고 기회균등이라는 명분아래 아직도 나눠먹기식의 참가의원선정 폐습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았다.
방문시기도 상대방의 사정을 고려치 않고 우리 편의대로 7,8월에 집중됨으로써 방문효과를 감소시켰고 사전준비기간이 충분치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의원외교가 정부의 외교활동을 측면 지원하고 상대방 국가지도층이나 국민들의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주된 목적이 있기 때문에 그 효과가 당장 나타나기는 힘들다.
마치 보약처럼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그 효과를 기대해야겠지만 그 많은 의원들의 외교활동 성과가 과연 어떻게 나타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고흥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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