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그릇·술잔…도처에 숨은 간염 바이러스|지난여름 해수욕장 등서 감염, 가을 들자 환자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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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가을철로 접어들면서 급성 간염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여름 바캉스 철에 인파가 몰렸던 물가는 사실 간염 바이러스의 온상지. 일부 해수욕장의 비위생적인 음식물과 식기·음료수·주변의 대변 등 오물 등에서 간염 바이러스가 감염돼 그 동안 잠복기를 지나 가을철에 발병하는 것.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우리 나라 국민의 10∼12%나 되는데 비해 미국이 0·2%, 일본이 1·2%로 우리 나라가 엄청나게 많다. 의료인들은 결핵보다 간염이 더욱 심각한 질병으로 등장할지 모른다고 우려할 정도다. 그만큼 간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급성 간염은 치료가 잘 되지만 치료를 소홀히 하면 만성간염·간경변 등으로 이행되므로 초기의 치료가 중요하다.
간은 인간의 장기 중에서 가장 크며 무게는 대개 성인체중의 50분의1(1∼1·5kg). 간의 대부분은 늑골로 덮여있어 정상적일 때는 밖에서 거의 만질 수 없으며 염증으로 붓게되면 오른쪽 늑골 아래서 만져진다.
간은▲담즙을 만들어 소화를 돕고▲장에서 흡수된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며▲탄수화물·단백질·지방 등 3대 영양소를 저장했다가 필요에 따라 전신의 장기에 보내는 작용 등 5백 가지이상의 복잡한 작용을 하고있다.
이처럼 중요한 간이기 때문에 간세포는 재생능력이 대단히 활발하나 파괴와 장해가 재생 속도보다 빠르면 기능장애 증세가 나타난다.

<간염의 종류>
10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감염되는 A형 간염은 치료가 잘되고 한번 걸렸다 나으면 항체가 생겨 두 번 다시 안 걸리며 만성화되지도 않는다. 19세 이후에는 거의가 A형 간염에 대한 항체를 갖고있다.
현재성인 간염 환자 중 90%는 B형 바이러스에 의한 급성간염으로 가장 문제가 된다.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장 김정룡 박사는 B형 급성 간염 중 10%미만은 만성간염으로 이행되며 그중 24%가 간경변 층으로 변하고, 간경변 층 중 25%가 간암으로 악화된다고 말한다.
간염 환자 중 10%미만은 A형도 B형도 아닌(비A·비B)간염으로 원인 바이러스를 규명중이다.

<감염경로 및 예방>
최근「허니문 간염」 이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다. 남녀간의 키스에 의해 간염이 많이 옮기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와 키스하면 1백% 감염된다. A·B형 감염은 침과 대변·혈액을 통해서, 비A·비B형은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김 박사는 술잔 돌리기는 간염의 전파를 부채질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간염을 막기 위해선 술잔을 가능한 한 안 돌리는 게 좋다. 돈에도 간염바이러스에 오염돼 있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침을 묻혀 돈을 세는 것도 좋지 않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정밀검사를 제대로 안하고 오염혈액을 수혈하는 것과 소독 안 된 주사기를 마구 찌르는 것. 보사부는 간염을 막기 위해 1회용 주사기를 사용토록 각 병원에 지시했으나 현재 지켜지지 않고 있는 곳이 많다. 영구용 주사기라도 고온멸균 소독을 하면 되는데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한방에서 소독 안한 침으로 찌르는 것도 위험하며 문신을 할 때도 바늘을 통해 간염을 옮길 수 있다.
특히 대중탕에서 면도를 함께 하는 것도 전염의 위험이 따른다고 박사는 말한다. 면도를 하다 살갗을 베는 수가 있으므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어머니가 뜨거운 음식을 식힌다고 입에 넣었다 아기에게 주면 감염되기 쉽다. 어린이들끼리 과자 등을 먹던 것을 나눠 먹을 때도 감염의 위험이 있다.
형제 중에 간암환자가 있으면 다른 형제에 만성간질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고, 그들의 어머니는 대부분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보아 가족간의 감염에 특히 주의해야한다.
대중음식점의 식기·수저 등도 끓는 물에 잘 소독해야 한다.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상의 사항에 주의하고 손을 깨끗이 씻고 음식을 끓여먹어야 한다. 간염 바이러스는 섭씨l백도 이상으로 끓여야 죽는다.
최근 산에서 약수를 많이 마시는데 간염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주의하는 게 좋다.

<술과 간>
술이 반드시 간에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음을 하거나 안주를 먹지 않고 연속적으로 마셨을 때 문제가 된다.
알콜의 대사기능은 간장만이 갖고있고 간장은 알콜의 분해를 다른 무엇보다 우선으로 한다. 따라서 알콜이 몸 속에 남아있는 한 다른 해독·대사 작용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연속적으로 계속 술을 마시면 간은 이 같은 기능을 못하고 지방을 연소시키는 작용에도 손을 쓸 수 없어·지방간이 되기 쉽다.
간이 알콜을 처리할 때는 각종 아미노산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술을 마실 때는 아미노산이 포함돼있는 육류·생선·달걀·두부 등의 안주를 충분히 먹으면 간장의 해를 막을 수 있다.
일단 간염에 걸리면 술은 금물이다. 김 박사는 간염일 경우 증세가 가벼울 때 술을 마실 수 있는 한도를 맥주 l병, 양주나 고량주는 2잔(싱글), 소주 4분의1홉, 정종 4분의3홉 이내로 한정지었다. 그 이상 마시면 아무리 좋은 안주를 먹어도 소용이 없고 될 수 있는 한 안 마시는 게 상책이라는 것.
간염을 한번 앓았던 사람은 완치 후 l년간 이상이 없으면 정상인처럼 적당히 술을 마실 수 있다.

<간장 약>
간장 병에는 특효약이 없다. 시중에 나도는 간장 약은 대부분 해독제· 영양제·비타민제다. 에 이상이 없는 한 간장 약을 지나치게 과신, 남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간장전문의사들의 충고다.
『간장에 이상이 있을 경우 좋은 약을 안 쓰는 것보다 나쁜 약을 한번 잘못 먹는 것이 더욱 치명적』이라는 의사들의 말은 음미할 필요가 있다.
간장 약은 간을 도와줄 뿐 결정적으로 치료를 하는 역할은 못한다. 오히려 함부로 이 약 저 약을 먹는 게 해롭다.
간염에는 아스피린·항생제·웅담 등은 해로우므로 주의해야 한다. 간염환자에게 비타민B를 투여할 수 있으나 비타민 A·D·K·E는 간에 부담을 주므로 복용하지 않는 게 좋다.

<치료법>
간염에 걸리면 황달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황달자체는 병이 아니고 증세에 불과하다. 간장에서 만들어진 담즙이 몸밖으로 배설되지 못하고 혈액에 축적되어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것이 황달이다. 간염의 치료와 함께 황달증세도 대부분 가시게 된다.
급성간염에 걸리면 안정과 함께 고단백을 섭취하고 해독제를 쓰는 등 치료를 철저히 해서 만성간염 및 간경변으로 이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간경변이 되면 완전한 치료는 어려우나 안정과 영양 등 철저한 섭생으로 병의 진행을 막아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간암의 80%는 간경변을 수반하고 있으며 간암은 가능한 조기에 발견, 수술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치료법이다. <김광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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