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로 인한 병, 국내선 희귀 … 글루텐 굳이 피할 이유 없어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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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선 ‘글루텐 안 쓰고 요리하는 법’이 화제가 됐다. 글루텐이 일절 들어 있지 않다는 ‘글루텐 프리(gluten free)’ 우동·파스타 등도 출시됐다. ‘글루텐 프리’ 식품 제조업체들의 ‘글루텐 공포 마케팅’과 한국제분협회 등의 ‘밀가루 글루텐이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왜곡되고 과장된 정보’란 주장이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은 더욱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에선 더 난리다. 미셸 오바마, 기네스 펠트로, 미란다 커 등 유명인이 ‘글루텐 프리’ 식품을 즐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얼마 전엔 미국 국민의 30%가 글루텐이 든 음식을 피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글루텐이 도대체 뭐길래 국내외에서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을까.

글루텐은 밀가루에 든 단백질의 일종이다. 밀가루를 차지고 쫄깃하게 만든다. 밀가루 반죽이 끈끈하게 뭉치거나 몽실몽실 잘 부푸는 것은 글루텐 덕분이다. 쌀가루엔 글루텐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쌀가루로 빵을 만들면 잘 부풀지 않아 부드러운 식감을 낼 수 없다.

밀가루는 글루텐 함량에 따라 강력분·중력분·박력분으로 구분된다. 글루텐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이 강력분, 가장 적은 것이 박력분이다. 빵의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것은 강력분이다. 아워홈 조규철 홍보팀장은 “우리 회사가 판매 중인 ‘글루텐 프리’ 식품들은 밀가루 대신 쌀가루를 재료로 쓴 것”이며 “쌀가루를 밀가루처럼 부풀게 하지는 못해 아직 글루텐이 안 든 빵은 만들지 못했으나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루텐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높아진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 셀리악병(Celiac disease)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유전적인 성향이 있는 셀리악병은 몸 안에 글루텐을 처리하는 효소가 없어서 생기는 병”이며 “복통과 묽은 변을 일으키고 배에 가스가 차는 것 등이 주증상”이라고 말했다.

밀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인의 경우 100명 중 1명꼴로 셀리악병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양인에겐 꽤 흔한 병이지만 국내에선 희귀병이다. 지난해 ‘대한소화기학회지’(61권6호)에 국내 첫 환자가 공식 보고됐을 정도다. 복통·설사를 호소한 이 30대 여성 환자는 ‘글루텐 프리’ 음식을 먹은 뒤 증상이 개선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이동호 교수는 “셀리악병 환자에겐 ‘글루텐 프리’ 음식이 치료제지만 평소 밀가루 음식을 소화·흡수하는 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일반인은 굳이 ‘글루텐 프리’ 식품을 고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서구의 의사들은 환자가 밀가루 음식을 먹기만 하면 소화가 잘 안되거나 식사해도 기운이 없고 잠을 충분히 자도 자꾸 졸음이 쏟아진다고 호소하면 밀가루 음식을 잠시 끊어 보라고 권한다. 만약 글루텐이 원인이라면 밀가루 음식을 안 먹기 시작한지 2~3주가 지나면 증상이 사라지고 활력도 되찾을 수 있다.

타피오카 전분, 옥수수 가루 등으로도 ‘글루텐 프리’ 식품을 제조할 수 있다. 그럼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글루텐 프리’ 식품이 건강에 더 유익할까. ‘글루텐 프리’ 식품이 일반인의 건강에 이로운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글루텐 프리’ 식품이 체중을 줄인다”는 일부 광고 내용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없다.

미국에선 ‘글루텐 프리’ 식품들의 탄수화물 함량이 밀가루 식품보다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근거로 글루텐보다 탄수화물 중독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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