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고추밭10만평…수확 땐 온 마을이 빨간빛|고추 재배 10년만에 부촌으로| &&79년「고추파동」땐 「고추복부인」들 몰려|음성군 대전리 욋두리 실 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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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충북 음성군 삼성면 대정리 욋두리실 부락은 이른바「매운맛」의 본고장.
충북 청주에서 자동차로 1시간, 욋두리실 부락은 동구에서부터 맵싸한 냄새가 가는 길을 안내한다.
욋두리실 부락은 주민 가운데 66호가 60만 여평의 밭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국내 최대 고추 재배 마을이다.
첫눈에도 부촌임이 확실한 이 마을은 한때 마을전체가「부락노름」으로 황폐해 버려지다 시 피 했던 곳. 지난 7O년부터「멀칭」고추 재배 본산지로 탈바꿈하면서 이젠 남부럽지 않은 부락이 됐다.
『노름으로 망쳤던 부락이 10년만에 고추 때문에 살아났구만유』
이 부락 김태근씨(50)는 채표(채표)노름을 몰아낸 고추에 대한 감사가 대단했다.
한땐 노름에 멍들어 채표는 일산·태평·판계에서 육원·월보·천신 등으로 이어지는 36개 의문 제를 알아맞히는 해방 이후 자유당말기까지 농촌에서 성했던 노름. 물주가 10여명의 통수(연락원)을 통해 인근 부락주민까지 1백 여명의 사람들을 불러모아 보자기 속에 미리 적어 숨겨 둔 답을 알아맞히는 것으로 맞히는 사람은 건 동의 30배를 상금으로 받는 빙고게임과 비슷한 중국전래 마을 노름이다.
채표가 있는 날이면 마을 주민들이 온통 몰려 나락 섬을 날려 버리곤 해 욋두리실은 노름공장 유명했었다.
음성 고추는 지난 68년까지 각 농가에서 조금씩 자급자족용으로 재배해왔으나 음성읍 신천리 김영석씨가「멀칭」재배를 시작, 일단 보에 80kg이던 종래 수확량보다 3배가 넘는 2백 50kg을 수확, 경제성이 높은 것이 증명되자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됐다.
재배기술의 평준화와 타지방보다 앞선 것도 음성 고추의 유명 도를 높인 것.
『이때부터 고추재배로 성공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마을 분위기가 갑작스레 바뀌기 시작했지유. 이젠 서울 남대문시장에 가면 윗두리실 고추를 제일로 쳐유』
이 마을 이장 김정직씨 (47)는 윗두리실 고추가 살이 두터워 가루가 많이 나기 때문이라고 실명했다.
종묘 상에서 구입 해다 심은 이 고추가「중공산」이라고 소문나 한때 경찰이 진상수사에 나서는 등 고추를 치르기도 했다.
덕분에 강성, 특히 윗두리실 고추는 더욱 유명해 졌다는 것.
음성고추가 특히 유명세를 물어야 했던 때는 지난 79년 고추파동 때.
서울 등지에서 하루 l천 여명의 고추 관광객이 몰려들어 음성군 일대를 휩쓸었다. 1근에 7천원까지 고추 값이 뛰자 가을철 관광을 겸한 도시 아낙네들이 매일 17∼20여대의 관광버스로 둘이 닥쳐 들어 갈 즈음이면 몇 보따리씩 사가던 것이 이곳 고추를 몽땅 쓸어 가다 시피 했었다.
현재 음성군일대에서 많이 심는 고추는→ 새마을·김· 앉은뱅이(재래종)·한호 등 대충 4가지 품종. 새마을품종은 고추 l개의 길이가 14∼16cm의 대형 종으로 한 포기에 20여개씩 열려 생산량은 많으나 맵지가 않은 것이 흠.
킹 역시 새마을과 비슷하나 살갗이 새마을 보다 약간 두터운 것이 다르다. 음성에 선 이 두 품종이 가장 많이 재배된다.
재래종 앉은뱅이는 샅갗이 두텁고 매우나 생산량이 적어 농가에서 자급용으로 주로 재배된다. 한 호는 맵고 질이 좋으나 빈에 약해 재배 농가가 거의 없을 정도.
욋두리실의 고추는 새마을 용품에 속한다는 것이 이장 김씨의 말이다.
고추는 11, 12월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1월에 모판을 마련하면 얼음이 풀리는 2월에 파종하고 5윌 중순에 밭에 이식한다.
여간 가물어서는 잘 죽지 않는 고추는 그래서 물이 잘 빠지는 비탈이 최적지.
먼지 풀풀 나는 한 여름을 넘기면서 7월부터 시작하는 수확이 9월말까지 간다.

<소득은 딴 마을 2배>
고추 수확기면 빨간 색 고추가 집집마다, 앞마당 멍석 위는 물론 지붕에도, 집 앞 한길에도 지천으로 깔려 가올 햇빛아래 눈부시게 반사된다. 모두가 웬만간 창고크기의「벌크」속에 넣어 석유나 연탄불로 땐 열기를 선풍기로 돌려 고추를 말리는 새로운 건조법이 개발되었다.
「벌크」건조기의 장점은 한꺼번에 많은 양을 고루 건조시킬 수 있고 색깔을 잘 낼 수 있는 것.
음성군은 지난해 3천l백45정보에8전5백 가구가 고추를 재배, 모두 4천5백65t을 생산, 가구당 1백5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음성·괴산 등지의 고추 생산량은 전국생산량의 40%.
농가 소득도 벼농사와 합치면 타 지역보다 2배가 넘는다. 고추 소득이 가구당 농민 소득의 40∼60%를 차지한다.
그러나 한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던 고추 값이 이젠 성수기에도 한 근에 1천1백원 선용 맴돌아 농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한 근에 l전5백원은 되어야 수지가 맞는데 가격회복의 기미가 없기 때문.
『서울 아파트 단지에 직매장을 설치해서 중간 마진을 줄여 농민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좀 더 날텐테유』
욋두리실 사람들은 고추값 때문에 고추 색깔만큼 마을이 빨갛게 타고있다.

< 한국의 맛· 고추의 본 곤장>
집집마다 앞마당 멍석 위·지붕 위·동네골목이 새 빨갛게 물들어 있는「매운맛」의 본고장 음성군 욋두리실 마을. 79년 고추파동 때 서울 등지에서 하루 1천 여명의 고추 관광객이 몰려들었던 고추마을로 주민 소득의 40∼60%가 고추에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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