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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엔 승복, 밤엔 신사복… 보시받아 염색행각|빌딩에 사무실, 화려한 사무용품 국정 자문위원들의 방명록 꾸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호국 안보 법회 사기 극은 사기와 엽색 행각으로 파문 당한 가짜들 중이 고위층에 약한 세태의 허점을 질렀다는 점에서 한국노년복지자조회 사기사건의 재판이나 다름없다.
낮에 승복, 밤엔 신사복을 차려입고 보살과 정부 사이를 건전한「두 얼굴의 환속 승」.
이들은 서울도심 고층빌딩의 한 층을 온통 빌어 고승들이 입는 가사와 불상을 진열하고 국정자문위원들의 방명록을 만들어 정부요인과 불교계 원로들이 후원하는 것처럼 속여 신도들이 낸 보시 (보시)로 50억원을 치부할 계획이었으며 그 동안 거둔 1억 여원으로 자가용을 굴리며 내연의 처를 두고 엽색 행각을 벌였다.
서울 광화문네거리 모퉁이에 있는 세광빌딩 6층. 40여평의 사무실이 호국안보를 위한 법회를 준비하는 사기 극의 무대.
파문 당한 들중 이가 사용하는 「전국 수륙 대 국제 봉행 위원회」위원장 방엔 대기업 회장실에 장식되는 으리으리한 사무집기에 주지급 이상 고승들이 입는 붉은 가사와 불상이 사기 극의 소도구로 꾸며졌다.
위원장실과 이웃한 운영관리실에는 법회를 의한 재무총무 기획 등 4∼5개 분과 위원회 책상에 팻말이 장식돼 있고 20∼30대 직원 7∼8명이 행사 계획 유인물을 찾아오는 신도들에게 선전한다.
필 경사를 시켜 유진오 박순천씨 등 국정자문위원 12명의 이름을 모사한 방명록이 항상 눈에 잘 띄는 곳에 펼쳐져 저명인사들이 다녀간 것처럼 꾸몄다.
도원 (이진수)· 법능(김성기)의 법명으로 진주 정법사와 남해 용문사 등에서 주지로 있을 때 찍은 사진으로 신도들에게 관록을 자랑했다.
이 같은 연기와 무대장치에 웬만큼 눈치 빠른 신도들도 속아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으며 4명의 피해자들로부터 1억 여원을 뜯어 냈다.
피해자중 여신도 서모씨는 주범이와 고향이 같은 진주인데다 어릴 때 한 동네에 살아 의남매까지 맺은 가까운 사이로 7차례에 걸쳐 7전5백 만원이나 뺏겼으며 점포와 전화까지 날렸다. 서씨는 주범이가 속이는 것 같아 돈을 더 이상 주지 않으면 『안줄 테면 그만둬라. 지금까지 받은 돈은 돌려주지 못한다』는 식으로 협박까지 했다는 것.
이밖에도 여신도 김씨는 75년부터 불교정화운동 자금으로 5천여 만원을 바쳤다.
사기범들은 불과 5개월 동안 1억 여원을 가로챘으면서도 사무실임대료 (보증금 7백만원, 월세 80만원)를 제대로 안내 3개월분 (7, 8, 9월) 방 값이 밀릴 정도인데도 본처와 내연의 처를 두고 엽색행각을 벌이는 등 사생활은 엉망이었다.
사기범 중 주범 이는 비구승으르 주지가 되기 위해 본처와 위장 이혼한 후 30대여신도를 꾀어 내연의 처로 삼아 2중 살림을 하고 있다. 신도들이 속아 낸 보시로 자가용을 전세 (월50만원) 내 굴리고 사무실근처 여관에 승복과 신사복을 두어 해 가지면 사복에 가발이나 운동모를 쓰고 근처 술집에서 질탕하게 마시는 방탕한 생활을 해왔다.

<이두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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