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고도화의 도전|5차 5개년 계획에 비친 청사진 <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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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5차 5개년 계획 기간 중 전자공업을 중점 육성하기 위한 청사진이 발표되었다. 우리나라 전자공업의 현황은 어떠하며 다른 선진국에 얼마나 떨어져있는가, 또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가, 이를 시리즈로 심층 분석한다.<편집자주> 한국전자공업은 꾸준히 성장을 지속해왔으나 아직 유년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기술면에서는 아득하다. 선진공업국은 하루가 다르게 첨단기술을 개발해 가고 있으나 우리는 기술도입이나 자체개발이 모두 미흡하다. 일본·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대만에도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여러 여건으로 보아 전자공업은 우리나라에 가장 알맞은 산업이며 이의 개발 없이는 공업입국에 한계가 있다. 정부에서 뒤늦게나마 전자공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5차5개년계획 기간 중 2조3천억원을 들여 전자공업을 집중 개발한다는 것이다. 전자공업은 지난 10년간연평균 생산44%, 수출43%씩 신장해왔다. 80년에는 생산 29억8천만달러, 수출20억달리를 기록했으며 우리제품이 1백2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생산실적으로는 세계11위(자체생산실적의1·6%점유), 수출실적기준은 10위(3·3%점유)다. VTR를 일본·미국·화란에 이어 4번째로, VTR테이프를 미국·일본·서독에 이어 4번째로 개발, 세계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초기기술제품인 흑백TV·헤드폰은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며 오는 86년엔 VTR는 1억달러, 비디오테이프는 2억달러, 전자레인지는 1억달러(50만대)가 가능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양적인 성장에 비해 질적인 성장은 아직 미흡하다. 기술도 뒤지고 구조도 초보단계에 머물러있다. 미국·일본·영국·서독·화란 등 선진국은 초보기술제품은 생산을 중지, 부가가치가 높은 VDP(비디오디스크 플레이어)·신VTR· 컴퓨터·반도체개발 경쟁체제로 전환중이다. 기술수준이 한 단계 늦은 한국·대만·홍콩·스페인 등 중진국끼리 고급가전제품위주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오는 84년까지 정부주도로 국방·우주용 새로운 반도체 VHSIC개발에 총력전이다. 정부투자규모가 2억달러. 일본은 인간두뇌와 2천년대형 「5세대컴퓨터」를 내년부터 10년에 걸쳐 1천억엔을 들여 개발키로 했다. 주목되는 것은 대만의 전자공업육성 10개년 계획이다. 지난 80년부터 10년간 전자부문에 관한한 무제한 외자도입을 허용하면서 선진국대열에의 발돋움을 꿈꾸고있다. 우리의 경우는 문제점이 많다. 오랫동안 주요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조립하여 수출하는 식이었다. 무엇보다 기술이 부족하다. 흑백TV의 국산화율을 1백%달성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78년 기준 전자공업분야의 기술개발투자 비율 (대매출액)은 1·2%정도. 일본3·8%, 미국7·3%와는 비교도 안 된다. 비율뿐 아니라 기술개발비의 총액에선 더 큰 격차가 난다. 연말 한국의 전자기술도입건수는 1백94건(기술료지불 7백만달러), 일본은 78년말 6천7백60여건(5억6천4백만달러), 연구기관총수가 한국 (80년말) 83개, 일본은 9백5개(77년말)에 달하고 있다. 또 종업원 중 고급 기술자비율이 일본6·2%, 미국20·3%인데 비해 한국은 3·4% 수준이다. 기술투자·인력양성에 소홀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안정적인 내수기반을 구축하지 못한 것이 전자공업부진의 큰 원인이다. 총생산액의 70%이상을 수출하고 내수는 30%미만이었다. 예를 들면 14인치컬러TV의 경우 소비자가격은 35만5천원. 제조장반출가격은 17만7천원이나 특소세·방위세·부가가치세 합계가 29만9천원이나 돼 공장도 가격은 29만6천원으로 높아진다. 세금이 낮아지지 않는 한 서민들은 가전제품을 성큼 살 수 없는 실정이다. 해외투자·판매망에서도 한국은 뒤져 있다. 대만은 미국·싱가포르·영국 등 4개국에 5개 공장을 설립했다. 한국은 미국에 1개 컬러TV공장을 건설중이고 유럽에 1개 공장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해외판매법인은 한국16개, 대만이 40개에 달하고 있다. 현 수준이나마 국내전자공업이 지속돼 성장을 해온 것은 업계의 노력에 힘입은 바 컸다. 70년대까지는 양적성장이 가능했으나 여건은 이제 크게 달라져있다. 업계에서 값싼 노임으로 공장을 돌리는 시대는 지났고 국제경쟁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전자공업의 질적 고도화는 업계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인 것이다. 전자공업육성을 위한 생산기반강화·기술개발촉진·내수기반확충·지원제도의 보강 등 정책적 차원에서 대책이 절실한 시점에 와있다. <김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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