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업의 집중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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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5차 5개년 계획중의 상공부문 산업육성계획은 중화학의 무리한 확장을 꾀했던 지난날의 계획과는 달리 산업구조의 고도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기존 중화학설비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면서 직유류 등 수출경쟁력이 있는 경공업의 기반을 다지고 전자·기계공업을 수출전략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이중 특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5일의 무역진흥월례회의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전자공업의 집중육성을 위한 의욕적인 계획이다. TV·라디오 등 기초적인 전자공업이 아니라 산업고도화에 절대로 필요한 반도체 등 초저밀 전자공업의 개발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이다. 이것은 신흥공업국가군(NICS)의 일원인 우리나라가 이젠 종래의 노동집약형 전자공업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도약해, 기술집약형의 전자공장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국기적인 정책전환을 의미한다. 그 동안 우리나라 전자공업은 기초단계에선 상당한 성공을 거두어 흑백TV는 세계제일의 생산국수준에까지 갔었다. 지금은 이 단계를 벗어나 제2의 도약을 하지 않고는 점차 선진공업국의 최첨단기술에 접근조차 못할 것이다. 또한 이제부터 개막되는 정보혁명은 반도체를 매개로 하여 컴퓨터를 각 분야에 보급, 두뇌노동력을 무한히 고용하는 신흥산업으로 주목을 받고있다. 정보혁명은 무한에 가까운 데이터를 처리·가공·분배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불가결하나, 지금 선진국에서는 소프트웨어의 개발도구인 언어나 개발 하드웨어가 일취월장하여 예컨대 언어에 이르러서는 기초자료를 활용, 국민학생까지도 소프트웨어를 맞추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전자공업자체가 미래의 성장산업인 것이며 또 이의 발전 없이는 다른 산업도 정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전자공업을 전략산업으로 선택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산업정책의 방향 설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와 치열한 경제개발경쟁을 벌이고있는 싱가포르와 대만이 이미 외자도입의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전자공업육성에 돌입하고 있는 것도 전자공업의 고도화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주산업에서 완구에 이르기까지 전자산업의 영역이 무한대인 것과 정비례하여 반도체개발도 흡사 전쟁을 방불하게끔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으므로 어느 나라나 기술 이전을 막고있는 현실을 주목해야 한다. 반도체 개발에서 선단을 가고있는 미국과 일본이 78년부터 미·일반도체전쟁을 벌여 VSLI(초대형집적회로)개발과 시장점유를 둘러싸고 사투를 거듭하고 있으며 비밀유지에 혈안이 되고있는 것은 구체적인 하나의 예증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세계의 전자공업현황을 살펴 볼 때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 전자산업수준이 해야할 일은 너무나 많고 그만큼 어려움도 산적해있다. 우선 기술인력의 확보가 가장 크고 시급한 과제의 하나다. 일본이 오늘 첨단전자산업분야에서 미국의 경쟁국이 될 만큼 발전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전자산업계 인력확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오늘 미국에선 연간 2만명의 전자계 학생이 배출되는데 비해 일본은 그보다 많은 2만5천명의 인력이 해마다 쏟아져 나오고있다. 우선 두뇌싸움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지금 몇 백명에 불과하다. 전자산업의 육성에는 기술인력확보를 위한 집중교육이 병행되어야할 것이다. 우리의 전자공업구성비는 43%가 TV·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45%가 그의 부품산업이며 컴퓨터·IC(집적회로)등 산업용기계는 12%에 지나지 않는다. 산업용기기의 비중이 미국은 65%, 일본은 38%로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생산기반이 취약하다. 이처럼 생산구조가 낙후되어 있는 터에 가전제품에 특소세 등을 붙여 내수시장의 확충도 부진토록 정책이 경직화되어있고 이는 수출신장의 장애요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술도입과 기술개발투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과 함께 든든한 내수시장을 형성토록 하는 등 정부가 지원제도의 개혁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타당한 정책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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