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펼치는 「겨레시」짓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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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구월에> 윤연옥

<충남천안시봉아동1가17의3>
책자빚 하늘 향해
갈 벌레 피리 불면면 살의 가락마다
푸른 물이 넘쳐 나고 눈 시린 고추잠자리
사립문을 맴돈다.

<가을하늘> 최영규

<강원도원성군신림면용암1리850>
한뼘 들녘에 억새풀
이끼 푸른 저 하늘
살갗이 흘린 청춘
할아버지 석자 수염
그마저 운영(운영)에 가려
빈 눈길만 머문다

<용기사 옛터에서> 이강용

<대전시북구산격동505 시영아파트3동103호>
비천의 꿈 못 이러 외로운 봉은 남고
씻어도 고인 한이 용소에 넘쳐 나서
스미듯 가슴 가득히 한 여울 붉게 흐른다.
남은 열 두 주초
들탑은 몸져누워 서성이고
즈믄 해를 앓는 시름
장명 등 숨절 불러서 다 못한 꿈 밝힐거나.
천 여치 속 나래 에 가을은 쏟아 붓고 청아한 목어 소리 솔바람 위에 뜨면
폐허도 열반이 넘쳐 호심 같은 이소심.

<주>용기사=가야산 백운동에 있었던 옛 절

<8월의 일중리> 김국휴

<전북임실군임실읍이봉리>
집들은 쉬엄쉬엄
계단을 오르는 듯
하늘을 인 안산은
초록 물감을 떨구고
산기슭
시냇가에는
살찐 황소 한 마리
밭이랑 옥수수가
미풍에 간지럽고?
애 업고 물꼬 보는
아낙의 발소리에
갈매빚
나락포기가
새록새록 웃자란다

<아내> 권석하

<경북문경군문경읍문경고등학교>
몇 타래 먼동 불러
궤어보는 밥상에는
수로 놓인 찬 총기가
마음 가득 웃는데
펼쳐진 하루의 폭(폭) 에
손끝 아픈 아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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