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각축장이된|아프리카 검은 대륙|앙골라사태를 계기로 살펴본「힘의 분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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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아프리카대륙 미·소 세력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앙골라침공으로 야기된 최근의 앙골라 사태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초 예상했던 남아공의 서남아시아인민기구(SWAPO) 게릴라배후진지인 앙골라 남부지역에 대한 소탕이라는 성격을 넘어서서 미소의 대결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번 사태는 기본적으로 나미비아(서남아프리카)의 독립을 둘러싼 남아공과 앙골라간의 흑백싸움이지만 그 배후에는 힘에 의한 소련 팽창주의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레이건-독트린」과 앙골라에서 76년이래 누려온 기득권을 확대시키려는 크렘린의 전략이 맞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앙골라에는 l만5천∼2만명의 쿠바군과 1천4백여명의 소련 및 동독군사고문단이 76년부터 주둔하고 있다. 이들이 앙골라전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소군의 포로)가 드러남으로써 앙골라사태는 점차 국제분쟁의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75년11월 앙골라가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할 당시 미국은 이른바 「닉슨-독트린」이라는 신고립주의 정책과 베트남 전에서 입은 정신적인 상처로 인해 어물어물하다가 앙골라를 친소 세력에 넘겨주고 말았었다. 이는 소련으로서는 그후 78년의 이디오피아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세력확장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절호의 기회였다. 7O년대 중반이후 미국의 「카터」행정부가 도덕정치를 부르짖는 동안 소련은 리비아의 「가다피」를 앞세워 세력확장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쿠바군을 하수인으로 아프리카에 투입시켰다. 현재 아프리카의 쿠바군을 보면 앙골라 1만5천∼2만, 이디오피아 1만2천, 리비아 1천, 모잠비크 1천, 기니 1천, 콩고 1천, 탄자니아 5백명 등 모두 17개국에 4만∼5만명 병력이 소제현대식무기로 무장한 채 주둔하고 있다. 앙골라사태는 세계곳곳에서 벌어지는 소련 팽창주의를 저지하려는 「레이건」의 「힘의 외교」가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소련과 부딪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남아공·나미비아·앙골라로 이어지는 아프리카의 남쪽 대서양연안은 남아공의 다이어먼드·금·망간, 나미비아의 세계제일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우라늄, 앙골라의 석유·다이어먼드·철 등 무진장한 광물자원 말고도 지정학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역이다. 우선 대서양과 인도양을 잇는 해상교통의 길목이고 남대서양안건보장의 한쪽날개다. 남미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도 장차 이 지역의 안보를 위해 남대서양조약기구 (SATO)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미국이 이 지역을 중요시하는 이유의 하나는 자이레의 코발트와 함께 나미비아의 우라늄, 남아공의 망간·다이어먼드 등 군수전략물자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앙골라 카빈다지방 해안의 매장량 12억배럴의 해저유전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걸프사가 이미 개발에 성공, 하루 10만배럴씩 퍼올리고 있고 텍사코·모빌 등도 앙골라정부와 계약을 하고 있는 상태다. 미수출입은행은 최근 연안해저유전개발용으로 앙골라정부에 8천5백만달러의 차관을 제공해 놓고 있다. 지금은 겉으로는 비록 조용하지만 미소간 이해의 충돌이 첨예하게 빚어지고 있는 또 다른 중요지역으로 「아프리카의 뿔」이라 불리는 홍해연안의 동북아프리카지역을 들 수 있다. 중동의 배후에 위치하고 있어 제2의 중동지역이라고까지 일컫는 이 지역은 수단을 포함해 이디오피아·소말리아·케냐에 이르는 아프리카에서도 비교적 가난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 소련세가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 역시7O년대 중반이후다. 원래 전통적인 친서방이었던 「하일레·셀라시에」황제의 이디오피아가 75년 막을 내리고 좌익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현「멩기스투」정부가 77년2월 들어선 이래 이디오피아는 친소국가로 선회했다. 이와는 반대로 소말리아는 75년 홍해입구에 위치한 베르베라항을 소해군기지로 제공하는 등 친소였으나 77년 이디오피아와 소말리아간의 오가덴분쟁과 관련, 소련장교들의 친이디오피아 활동이 적발돼 추방된 이래 친서방으로 돌아섰다. 동북아프리카 지역이 미소의 대결장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중동의 배후에 위치하고 석유수송로의 길목인 홍해를 끼고있는 지리적인 위치 때문이다. 소련은 홍해에 위치한 이디오피아의 다라크도와 남예덴영토인 페림도에 군사기지를 설치하고 있고 아라비아해에 위치한 소코트라도에도 역시 해군기지를 설치해 놓았다. 이 같은 군사기지는 이 지역에서 소련해군력의 모항 역할을 하고있는 남예멘의 아든항과 함께 소련세력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소말리아의 베르베라·모가디시오항과 케냐의 몸바사항에 해군기지건설을 서두르고 있고 현재 이집트에 1천8백명의 해병대를 신속배치 기동타격대 (RDF)로 배치시켜 놓고 있다. 최근 리비아기 격추사건이 발생한 후 리비아가 지중해주둔 미군사력에 대항하기 위해 바르샤바조약군에 군사기지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리비아가 수단침공을 위해 3개사단을 국경지대에 집결시키고 있다는 소문은 이 지역에서의 동서대결이 서서히 표면화하고 있음을 시사해 주고있다. <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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