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은 많아도 탈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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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과연 시대는 바뀌어가고 있는가보다. 스위스· 스웨덴 같은 나라들이 세계신문에 가끔 선을 보이게 됐으니 말이다.
지금까지는 가뭄에 콩이 먼저 나면 났지 이들이 뉴스거리가 되기는 여간해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 부터 그게 좀 달라질 모양이다. 모두 그들 나라들의 장래를 짊어질 젊은이들 덕분이다.
스위스의 취리히 시에서는 지난여름이래 청소년들이 경찰과 충돌해 세계사람들로 하여금 스위스에도 경찰이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최루탄이란 걸 쏠 줄도 알고 소방차들도 물을 군중에게 뿌릴 줄 안 다는걸 발견케 했다.
비슷하게 스웨덴에도 경찰이 있을 뿐 아니라 실인즉 그들이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경찰이라는 사실도 적어도 나에겐 초문이었다. 영국잡지에 난 사진을 보니까 스록홀름의 경찰들, 아닌게 아니라 총 무시무시하게 차리고있었다.
모두가 몽둥이에다 권총, 그것도 모자라 수갑을 마치 보라는 듯 혁대에 늘어뜨렸다. 까닭은 그 곳 소년들이 꼭 늑대나 이리떼처럼 사나와져 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렇게 돼 나가면 스위스나 스웨덴도 당당히 보통나라의 대열에 낄 날도 멀지 않았다.
사실 지금까지 이들 나라들이 그렇게 무시당해 본 것은 세계의 신문 탓만은 아니다.
적어도 사람들이 어쩌다 제명에 죽지 앉는다든지, 무슨 난장판이 벌어진다든지 하는「비범」한 사건이 있어야 신문들은 거들 떠 봐준다. 스위스 건 스웨덴이건 그들의 평안을 건드리는 게 있었다면 그저 뻐꾸기시계점도였으니 눈들이 그쪽으로 쏠리지 않았어도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도 물론 요즘 이들 두 나라 젊은이들의 움직임은「역사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에선 최근 여러 도시에서 남의 자동차를 업어 불을 지른다, 상점을 부수고 물건을 약탈한다는 따위로 한바탕 거참 하게 난동을 부린 영국의 꼬마들도 어딘가 닮았다.
그런 일은 미국 같은데서나 일어나지 영국에서 터지리라 곤 정말 누구도 생각지 못했었다.
그래서 모두가 어안이 벙벙했다.
뭔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스위스·스웨덴 둘다 평화·안정· 복지· 번영 등 좋다는 건 모조리 상징하다시피 해온 나라들이다.
영국 또한 요즘 살림형편이야 어쨌든 또 다른 건 제쳐놓더라도 의회민주주의의 본적지라고 해온 나라다.
그렇다면 왜들 이 야만인들일까? 그 염문이야 차차 알게 되겠지만 당장 궁금해지는 게 하나 있다. 번영·안정·복지·민주주의 등등 그것을 무조건 좋은 것, 이상적인 것이라고 여기지 않는 사람이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대도 좋다.
지금 이들 나라 꼬마들은 『반드시 그런 것만도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박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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