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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제자리걸음하면 큰비|바람 몰리는 골짜기가 심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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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태풍은 수중기 덩어리인 구름을 우측으로 선회시키면서 물고 다니는 까닭에 더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수중기가 응결되어 다량의 비를 만든다. 구름의 물방울이 모여 0·5∼5·0㎜가 되면 한계를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비가 오게된다.
이번의 집중호우는 애그니스가 빠르게 이동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목포·남해지방에 집중호우를 내리게 했다.
○…집중호우는 우리나라기후의 특색이다. 하루 강수량이 80㎜를 넘으면 집중호우라고 할 수 있는데 3백㎜를 넘는 기록이 흔하다. 3백㎜라면 1년 강수량의 4분의1이 하루에 내리는 셈이다.
이런 집중적인 호우는 대단히 많은 습기를 포함한 기단이나 태풍이 정체하고 있을 때 잘 일어난다.
지형적으로 바람이 모이는 하곡(하곡)같은 곳에 잘 나타난다.
비가 많은 지역으로는 하간·순천·장전 등으로 연1천3백∼1천5백㎜의 비가 내린다.
○…기상을 인간에게 이롭게 변화시키려 하는 것은 오랫동안의 꿈이었다.
1900년에 북 이탈리아에서는 우박을 막기 위해 2천5백 회나 대포를 하늘을 향해 쏜 기록이 있다.
현대에 와서는 옥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하는 실험이 행해지고 있다. 이 실험에서 비를 내리게는 했으나 실용성은 없었다. 태풍은 원폭을 터뜨려 소멸시키거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의 가능성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지적인 안개소멸이나 강우 외는 대기의 흐름 에너지가 원폭과 비교가 안돼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일 하루 동안 전남 고흥 지방에 쏟아진 4백87·6㎜의 호우는 61년만의 최고기록.
관상대가 생긴 20년 이후 공식 집계 상 가장 비가 많이 내린 곳은 20년 8월 2일 서울지방으로 3백54·7㎜가 쏟아졌다.
이번 고흥 지방의 비는 이 기록 보다 무려 1백32·9㎜가 더 퍼부은 것이다. 비공식집계로는 역시 같은 날 경기도 광주지방에 4백85·5㎜가 내린 것.·그러나 이것도 고흥 비보다 2·1㎜가 모자라는 것이다.
2일 전남 남해안 지방에 쏟아진 집중호우는 대부분 공식기록을 깨뜨려 ▲ 해남 4백77·5 ▲ 완도 4백14·3 ▲ 목포 3백94·7 ▲ 장흥 3백89㎜등을 기록했다.
특히 목포지방은 지금까지 63년 6월 19일에 2백4㎜가 내린 것이 최고기록이었다.
○…태풍의 진로를 놓고 관상대안에서도 갖가지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태풍의 진로에 관한 한 정확한 예보를 내리기 불가능하기 때문.
관상대 직원들은『기상학교과서에도 태풍의 진로는 예상하기 어렵다』고 되어있다고 예측이 빗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자위.
태풍 진로에 대한 예측이 갈팡질팡하기 시작한 것은 2일 점오쯤부터. 이전까지 애그니스는 시속25∼30㎜의 속도로 북동 진을 계속, 제주∼대마도 선과 제주∼포항선 사이를 통과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애그니스가 2일 정오 강력한 대륙성 고기압과 남태평양 고기압 사이에 끼여 진로를 찾지 못하고 정체 상태에 머무르자 예상이 크게 어렵게 됐다.
이 태풍이 정체상태에서 시속 3∼4㎞의 느린 속도로 북쪽을 향하자 성급한 관상대 직원은 태풍이 서해안을 따라 올라올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모 일부직원은 태풍이 다시 방향을 바꿔 동북진해 대한해협으로 빠질 것으로 자신했다.
게다가 2일 상오 태동이 약해지면서 중심이 흐트러지자 관상대는 태풍의 중심을 정확히 찾지 못한 채 갈팡질팡.
이 때문에 관상대가 발표한 태풍의 위치가 제주도 남서쪽 1백80㎞에 있다가 1백2O㎞로 올라왔는가 하면 다시 1백80㎞ 해상으로 「후퇴」했다는 엉뚱한 통보가 나가기도 했다.
관상대도 이를 자인하고『스스로 기상위성을 띄워 계속 기상사진을 받아 보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한탄하기도.

<이창우·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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