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M&A 시대] 下. 구조조정이 살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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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경남 영산대는 지난해 10월 같은 재단 소속 성심외국어대를 흡수했다. 통합된 학교의 신입생 정원은 5백명이 늘었다. 그러나 성심외국어대 입학 정원이 2천3백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총정원을 1천8백명이나 줄인 셈이다.

이 대학 부구욱 총장은 "통합 후 행정인력을 줄이고 시설.기자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예산을 절감했다"며 "이렇게 확보된 재정은 교육.연구의 질적 개선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낀 비용을 투자로 돌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얘기다.

대학들이 고사(枯死)위기에 처하면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닥쳐왔다.

일부 대학은 급한 대로 학과 간 통폐합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궁극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선 대학 간 인수.합병(M&A)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M&A 없이는 동반 부실=국내 대학들은 규모와 관계없이 모든 학과를 백화점식으로 설치해 놓고 있다. 특성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보다는 허울뿐인 '종합대'를 선호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히 지방에선 동반 무더기 미충원 사태가 벌어져 대학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대학들의 2003학년도 입시 결과가 대표적인 사례다. 인접해 있는 6개 대학의 디지인학과 충원율을 보면 K여대와 M대는 13%에 불과했고 H대도 16%에 그쳤다.

나머지 D대(39%).T대(60%).K대(62%)도 미충원 인원이 많아 학과 운영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광주의 한 대학 관계자는 "정원을 제대로 못 채우는 학과의 경우 대학 간 통폐합을 통해 경쟁력 있는 한 대학에 몰아줘야 하며 궁극적으론 지역내 대학 간 M&A를 통해 서로 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도 무풍지대 아니다=대학 간 M&A는 당분간 형편이 더 어려운 지방대 중심으로 이뤄지겠지만 서울.수도권 소재 대학들도 예외가 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성균관대 재단 관계자는 "지방 중심으로만 M&A가 이뤄지면 자칫 대학 교육의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된다"며 "서울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의 경우 M&A를 통해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수도권 대학들이 지금은 그럭저럭 학생을 채우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조정의 흐름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얘기다.

◆정부의 복안은=그동안 국립대학 간이나 같은 재단 소속 대학.전문대끼리의 통합은 간혹 있었다. 그러나 교육인적자원부는 한발 더 나아가 대학 간 M&A를 더욱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영이 불가능한 대학에 자발적인 퇴출의 길을 열어주는 특별 법안을 연내에 마련키로 했다.

교육부는 현재 고교 이하 각급 학교의 '해산 및 잔여 재산 귀속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사립학교법 제35조 2항에 '대학'도 포함시킬 방침이다. 한시적으로 학교 설립자도 잔여 재산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이와 함께 지역별 '연합대학체제' 구성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궁극적으론 대학 통합을 이끌어낸다는 복안이다.

중앙일보 특별취재팀 ▶전국팀=송의호.정용백.안남영.장대석.홍권삼.천창환.김방현 기자 ▶정책사회부=김남중.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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