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저층부 개장, 점검만 반복하는 서울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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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 상업시설(쇼핑몰)에 대한 ‘프리오픈(pre-open·시범 개장)’을 실시한 지 닷새 만에 추가 점검 계획을 또다시 발표했다.

 11일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은 ▶관계기관·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 훈련 ▶언론에 공개하는 프레스 투어 ▶주차장 예약제 등 교통상황 모니터링 ▶송파구·송파경찰서·롯데와 태스크포스팀(TFT) 구성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실시한 프리오픈에 대해 “결정을 시민에게 미룬다”는 비판이 일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날 내놓은 내용은 지난 7~8월 시민·전문가 자문단이 대부분 실시한 것이다. 그에 따른 전문가 평가도 사실상 마친 상태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7월 22일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2롯데월드 상업시설 개장과 관련해 ‘책임지는 시정’을 강조했었다. 그는 “제2롯데월드가 안전한가에 대해 결론을 내기 위해 내가 (회의탁자) 가운데에 앉고 양쪽에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을 앉힌 뒤 의견을 청취했다”며 “시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바로 그런(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7월 17일 상업시설 개장을 불허했지만 안전·교통 문제가 해소되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제도의 신뢰와 안정성’을 강조한 메시지였다.

 이런 틀 안에서 시민 자문단은 롯데의 보완책을 점검했다. 지난달 롯데는 결정 시한이 다가오자 “잠실과 연결되는 올림픽대로 하부도로를 모두 지하화하겠다”고 교통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3일 서울시는 “시민이 둘러본 다음 결정하겠다”며 결정을 다시 미뤘다. 서울시는 11일 추가 점검 계획을 내놓으면서 “책임을 시민에게 떠넘겼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결정의 주체는 서울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진희선 주택정책실장은 “프리오픈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조치일 뿐 최종적인 판단은 서울시가 할 일”이라며 “9월 안엔 승인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대 강문희(행정학) 교수는 “정해진 절차를 밟아 결론을 내놓고 ‘시민의 평가’를 내세우며 다시 여론의 평가를 밟겠다는 건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는 행위”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누가 서울시의 행정을 믿고 따르겠느냐”고 말했다. 상업시설 매장 근무가 예정된 김영자(42·여)씨는 “5월에 면접을 한 뒤 채용 통보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일을 못 하고 있다”며 “자녀가 있는데 벌이가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강인식 기자, 공현정(이화여대 정치외교학)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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