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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의 방?결정 "시험"|북괴미그기출격과 미사일공격의 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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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괴전투기 2대가 백령도의 한국영공을 침범한것은 지난12일 낮이었다. 그로부터 14일만인 26일 하오 4시30분쯤 북괴는 정찰비행중이던 미군기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레이건」은 캘리포니아시간으로 26일 상오9시(한국시간 27일 새벽1시)국가안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와인버거」국방장관으로부터 백악관상황실에 접수된 사건개요를 보고받았다. 사건발생 8시간30분뒤의 일이었다.
사건발생이 일반에 공개된것은 이보다도 6∼7시간이나 더 지나서였다.
이번 사건에 관한 미국정부의 반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뚜렷해지고 강경해졌다.
미국정부는 한반도에서 정찰비행의 계속을 선언했다. 미군이 소련 중공베트남 북괴등을 대강으로 항시 정찰활동올 하고 있다는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군사소식통에 따르면 미-중갑공대결이 심각했던 70년대초까지는 중공에 대한 정보수집이 중점이 되어왔으나 미·중공의 접근관계가 정상화된 지금정찰의 중점은 소련이나 북괴에 옮겨지고 있다.
「레이건」대통령은 북괴의 군사력이 종래 미국이 추정했던것보다 크게 증강됐다는 「카터」 전행정부하의 군사정보로 주한미군철수를 동결시켰다.
한국의 전두환정부에 대해 군사적인지원을 약속하고 있는「레이건」행정부가 북괴의 동향에 대해 정찰읕 강화하고 있다하더라도 이상할것은 없다. 이번 북괴도발은 어떤 의도에서였는가, 백악관·국무성·국방성의 고위관리들은 이번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대해 한결같이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그리나 국무성의 정보분석가들과 국방성의 군사전문가들은 북괴의 갑작스런 도발에 큰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북괴의 진의를 캐내는 작업에 착수했다.
「와인버거」 국방장관은 『북괴가 미사일을 우발적으로 발사했다고 볼수는 없다』면서 미국정부의 기본입장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워싱턴의 한 서방측소식통은 공산주의에 강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레이건」행정부의 등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북괴가 「레이건」행정부의 한반도정책을 시험해보려는 계산된 행동이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소식통은 만일 북괴의 의도가「레이건」행정부의 대한방위결의를 시험하려는 의도에서였다면, 「레이건」 대통령이 휴가중이고 미의회도 여름휴회중이라는 타이밍과, 비무장정찰기를 겨냥함으로써 리비아사태에서와 같은 군사적 보복도 면할 수 있는 상황등을 충분히 고려했을 가능성이 질다고 분석했다.
CBS-TV는 외교소식통들의 말을 인용, 『북괴는 아마도 그들이「레이건」행정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그런 도발을 했을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레이건」행정부의 고위관리들이 이같은 북괴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할리가 없다고 그런 의미에서 27일 발표된 미국무성의 공식성명이 북괴의 처사를 『무법적인 행동』 『위험한 행동』이라고 규탄하고 앞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한 것은 북괴의 도발에 대해선 단호한 보복이 가해질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이성명은 지난번의 리비아사태때의 성명과 비슷한 강한 어조다.
주무부처인 국방성의 성명이 비교적 사건과 관련된 사실을 조심스럽게 언급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국무성의 성명이 휠씬 강경한 것은 「와인버거」 국방장관과 「헤이그」 국무장관의 입김의 차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미국무성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공의 역할을 크게 강조한 것도 주목할민한 대목이다. 국무생성명은 소연과 중공으로 하여금 미국정부의 단호한 의사를 북괴에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히고 『중공은 군사경전협정의 서명당사자고 정전위윈회의 멤버』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앞으로 미-중공간의 쌍방관계개선이라는 측면이외에도 봉소견제나 한반도의 긴장완화같은 전반적인 국제문제에 있어 중공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있음을 강력히 암시한 것이기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번 사태는 중공이 북괴에 대한 영향력의 폭이 매우 좁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또 북괴의 이번 도발이 안보와 연관된 한일경제협력을 겨냥했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여론을 반대쪽으로 몰아보자는 속셈이 있을수도있다는 견해다.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여론의 관심은 대단하다.
「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즈」「로스앤젤레스타임즈」등 주요신문들은 이번 사태를 모두 크게 다뤘고, 뉴욕의 「데일리뉴스」 지는 『북괴, 미국기에 미사일 발사하다』라는 제목을 주먹만한 활자로 l면을 뒤덮었다. 【워싱턴=김건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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