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제로' 폐기한 일본, 원전 재가동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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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내각이 지난 4월 ‘원전 제로’ 정책을 공식 폐기한 후 원전 재가동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10일 가고시마(鹿兒島)현 센다이(川內) 원전 1·2호기의 안전 심사 합격증인 ‘심사보고서’를 승인했다.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이후 한층 강화된 새 안전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건 규슈(九州)전력의 센다이 원전이 처음이다. 이르면 이번 겨울 재가동이 이뤄질 전망이어서 2030년대까지 모든 원전을 없애기로 했던 ‘원전 제로’ 정책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원자력규제위 다나카 순이치(田中俊一) 위원장은 "법률에 따라 요구되는 수준의 안전성이 확보되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전 주변의 화산 폭발과 항공기 충돌 위험 등에 대한 안전 대책이 미흡하다는 분석들이 많다. 규제위가 이날 공개한 1만 7819건의 국민 의견 중엔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규슈전력은 주변 지반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화산 폭발 징후가 있으면 원전을 중지, 핵연료를 반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핵연료를 어떻게, 어디로 옮길지 세부 계획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규제위는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수준에서 넘어갔다. 주민 대피 계획에 대해선 "원자력 재해 특별 조치법에 따라 대책이 강구되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에 그쳤다. 도쿄신문은 11일 “의문이 남는 적합 판정”이라고 비판했다.

규슈전력은 9월 말까지 추가 제출해야 하는 서류 준비를 위해 직원 200명을 도쿄에 파견했다. 지역의 동의를 얻고 상세한 공사 계획 인가를 받는 절차가 남아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역의 이해와 협력을 얻도록 노력하겠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 의사를 밝혔다. 아베 내각은 4월 11일 중장기 ‘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원자력을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규정했다. 아베 총리는 7월 누키 마사요시(貫正義) 규슈전력 회장 등 재계 인사를 만나 "센다이는 어떻게든 하겠다. 확실히 하겠다"며 원전 재가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원전 운영회사들은 가동을 전면 중단했던 원전 50기 중 센다이 1·2호기를 포함한 13개 원전, 원자로 20기를 다시 가동하겠다며 심사를 신청했다. 간사이(關西)전력의 다카하마(高浜) 3·4호기와 규슈전력의 겐카이(玄海) 3·4호기는 이르면 올해 안에 안전심사 통과가 예상된다. 시코쿠(四國)전력의 이가타(伊方) 3호기, 홋카이도(北海道)전력의 도마리(泊) 1·2·3호기, 간사이전력의 오이(大飯) 3·4호기도 내년 봄 이후에 정상 가동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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