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망명천국」 프랑스… 20∼30만명이 득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서독이 스파이 천국이라면 프랑스는 『망명천국』 이다.
「바니-사드르」 전 이란대통령의 프랑스 망명으로 프랑스-이란관계가 사실상 단절되다시피 했지만 프랑스는 그래도 망명천국답게 『인권의 나라인 프랑스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정치적 망명자를 건네주지 않는다』 (「셰이송」 외상) 고 버티고 있다.
7월말 현재 프랑스에서 살고있는 망명자수는 프랑스내무성 공식집계로는 모두 11만7천9백89명-. 캄보디아인이 2만4천3백9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베트남의 2만2천3백15명, 라오스의 2만8백33명, 폴란드의 7천7백8명, 아르메니아의 5천8백5명의 순이다.
그러나 이 숫자에는 망명자의 배우자나 16세이하의 어린이가 제외되어 있고 또 형식상 여행자 취급을 받고있는 「카릴료」 전 스페인공산당서기장과 같은 케이스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실제 망명자수는 20만∼30만명에 이른다는 추정이다.
프랑스에 망명간 주요인물로는 「퀴리」 부인, 「피카소」, 「소아레스」전 포르투갈수상, 이란의 「호메니이」 옹 등이 꼽힌다.
프랑스가 이처럼 망명자 천국이 된 것은 자유·평등·박애를 국시로 하고 있는 『프랑스의 이상』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히틀러」는 나치체제를 탈출한 많은 유대인들을 받아들인 프랑스를 『세계최대의 쓰레기통』이라고 까지 말했지만 프랑스는 일찌기(1793년) 『자유를 찾아 조국에서 쫓겨난 외국인에게 피난처를 제공하여 보호』토록 헌법사항으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이 전통이 지금도 살아 역대 프랑스 위정자는 모두 『프랑스는 망명피난처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엔「프랑스 테르 다질」 (망명피난처) 「카톨릭 원조」 「이민원조사회봉사」와 같은 망명자를 도와주는 민간조직이 많고 정부도 망명자관계 업무를 다루는 『 프랑스 피난민· 무국적자보호사무소』 (OFPRA)를 두고 있다.
망명절차가 아주 간단하다. 프랑스국내에 들어온 망명희망자는 우선 당국에 임시체제허가증 교부를 신청하면서 『공공질서에 관한 법을 지키고 폭력을 지지하는 것과 같은 정치적 언동을 않으며 프랑스의 안건을 해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낸다. 이후 OFPRA에 출두하여 조국에서 받은 박해, 감옥에 들어갔거나 고문을 받은 일이 있는지의 여부, 박해를 받은 이유 등을 설명하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박해를 받은 증거를 제시하라는 주문도 있지만 대부분은 망명자격을 인정받는다. 79년에는 망명신청자의 15%가 OFPRA로부터 망명자격을 얻지 못했는데 이경우엔 법제국과 최고행정재판소를 겸하고 있는 「컨세유데타」의 상소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79년엔 2천7백건의 재심청구 중 15%가 구제됐다.
프랑스는 또 직업이 없는 망명자에게는 내국인 실업자와 똑같은 대우를 하고 있다. 프랑스가 외국인 망명자에게 지급하기 위해 책정하고 있는 예산은 연간 3억프랑 (약4백억원)에 이르고 있다.
세상이 험악해지면서 프랑스의 망명자를 보호하는 이상에도 시련이 겹치고 있다.
「바니-사드르」의 망명으로 프랑스와 이란간에는 극도의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고 스페인으로부터도 바스크지방의 테러리스트를 정치망명자로 취급한다하여 비난을 받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적지 않게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프랑스의 『전통적 이상』이 언제까지나 지켜질지 주목되고 있다. <파리=주원상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