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을 위협하면 숨을 곳 없다" 시리아 공습 천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인 시리아에 대한 공습을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9ㆍ11 테러 13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9시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우리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가 어디에 있건 이들을 추적하겠다”며 “시리아 공습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습과 관련, “나의 핵심 원칙은 미국을 위협하면 결코 숨을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에 있는 IS에 대한 공습을 천명함에 따라 그동안 중동에서의 군사 작전을 최소화해 왔던 미국이 적극 개입으로 정책 방향을 바꾼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1년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생했을 때 아사드 정권에 대한 공습 요구를 거부했다 .이때문에 시리아 공습은 오바마 정부의 대외 정책을 판단하는 가늠자로 간주돼 왔다. 이같은 방향 전환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라크 내전 등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소극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된데 이어 자국민 두 명이 잇따라 IS에 의해 참수되며 국내 여론이 크게 악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물리칠 광범위한 연합을 이끌겠다”고 밝혀 주변 아랍국과 서구 동맹국들과 함께 반(反) IS 전선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말 유엔총회에서 안보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IS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를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병력을 전투 임무에 투입하지 않겠다”며 “이라크에서 또 다른 지상전에 끌려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 대규모의 지상군 재파병은 없음을 재확인했다. 대신 “지상에서 테러리스트와 싸우는 이들을 지원하겠다”며 “미군 475명을 추가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병력은 이라크군 등의 훈련과 지원 등을 맡게 된다.

이로서 향후 미국의 IS 공격은 미군이 주도하는 공습과, 지상전을 맡게 될 이라크군, 쿠르드 민병대 및 시리아의 우호적 반군에 대한 지원, 동맹 규합을 통한 IS 고립의 세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지상군 파병이 없이 미군의 공습 만으로 IS를 격멸할지 불투명한데다 주변 아랍국과 서방국들이 적극적으로 IS 공격에 참여할지도 아직은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기대하는 터키의 경우 IS에 인질로 잡힌 자국민 40여명의 안전을 우려해 본격적인 군사적 개입을 미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