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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순(덕성여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그리스 비극들은 25세기를 거쳐온 아득한 옛것이지만 영원히 새롭고 항상 현재를 말해주는 작품이다.
『오이디푸스』『아가멤논』『엘렉트라』『안티고네』『메디아』등 꽤 많은 작품들이 우리들 귀에 익숙해있다. 내가 여기에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조금 생소한「에우리피데스」작『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이다.
이 작품은 트로이전쟁 중「칼카스」의 신탁에 의해「알데미스」여신에게「아가멤논」왕의 딸「이피게네이아」(「엘렉트라」의 언니)를 제물로 희생시킨다는 이야기인데「이피게네이아」는 다른 여주인공들과는 전혀 다른 유의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히로인으로 그려져 있다.
「아가멤논」은 그의 딸「이피게네이아」를 용맹스러운「아킬레우스」와 결혼을 시키겠다고 속여 모녀를 전쟁터로 오게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이곳에 온 모녀는 듣고 온 소식과는 달리 「이피게네이아」가 제물로 여신「알테미스」에게 바쳐진다는 것을 알게된다. 어머니「클류타이메스트라」는 분노에 차서 남편에 대해 언제고 보복을 할 것이라고 벼른다. 그러나 딸「이피게네이아」는『아버님조국을 위해 이 몸을 기꺼이 바치겠읍니다. 신탁이 그러하거늘 저를 희생시켜주십시오』 하고 초연히 아버지의 뜻에 따르겠다고 말한다
이윽고「이피게네이아」는 제단위에 서게되고 아버지는 눈을 감은 채 칼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찍는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아리따운 애국의 처녀, 효성이 지극한 처녀「이피게네이아」가 아닌 암사슴이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었다.「알테미스」여신에 의해 구조된 것이다.
『어머님, 제발 들어주십시오. 아버님을 비난하시는 건 부질없는 일이십니다. 결국 저는 죽어야합니다. 허약한 마음을 물리치고 영광의 죽음을 택하는 것입니다.
「알테미스」 여신이 제 몸을 원하신다면 한낱 인간인 제가 신의 뜻을 어길 수 있을까요? 제 몸을「헬라스」를 위해 바칩니다. 희생으로 바치시고 트로이를 쳐서 멸망시켜 주십시오. 나의 희생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고, 그것은 나의 자손, 나의 결혼, 나의 영광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그녀가 제물이 되는데 뚜렷한 목적이었으며 모국에 자유를 가져다주기 위한 희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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