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백야 김좌진 장군 손자 김경민-현성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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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청산리 전투에서 북로군정서 총 사령으로 일본군을 대파한 재만 독립운동의 최고지도자였던 백야 김좌진 장군의 후손들이 서울 상도1동48 백운암 위 산꼭대기에서 그것도 10평도 채 안 되는 조그마한 집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꿋꿋이 살고 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마는 장군의 높은 뜻에 만의 하나라도 어긋날 까 봐 매사 조심하고 가다듬을 뿐입니다]
백야의 맏며느리 김부민 여사(65)는 장군의 장손인 자식들이 가문에 먹칠이 안되도록 노력하고 살아가는 게 대견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충남 홍성군 갈산면 갈산리 오두 물 깨에서 태어난 백야는 슬하에 형제를 두었으나 국회의원을 지낸 장남 두한씨는 72년에 세상을 떠났고 차남 철한씨는 몸이 안 좋아 놀고 있다.
장손은 경민씨(27)로 그는 어머니 김 여사와 동생 현성씨(25·무직) 및 누이와 함께 살고 있다.
장녀 을동씨(37)는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 성우·연극배우를 하다 지금은 TV탤런트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KBS-TV의 인기일일연속극「달동네」에서 이발사 구충서의 아내 역을 맡아 개성 있고 남자성격의 코믹한 연기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서울 신대방동 신생아파트(13평)에서 단란하게 살다 어머니 김 여사가 당뇨병으로 고생하게 되어 이것을 처분하고 작년에 이곳으로 이사했다.
이 집도 처음에는 물탱크였던 것이나 평소 백야장군을 존경했던 사회사업가 장봉옥 여사(지난 4월 사망)가 집으로 개조해 이들의 보금자리로 무장으로 마련해 주었다.
『애국지사유족이 집 때문에 고생해서 되겠느냐』며 선뜻 거처를 마련해 준 고마움에 백야의 후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매월 나오는 12만여 원의 원호연금은 생활에 큰 보탬이 되고 장손 경민씨의 월급 20만원이 유일한 수입.
『우리식구들의 생활은 걱정하지 않습니다.』
김 여사는 출가한 장녀 을동 양을 제외하곤 모두 미혼이라 걱정이라고 했다.
올 여름에는 강원도 죽도해수욕장에서 경민 형제가 생활비에 보탬이 될까 해서 텐트촌을 임대하는 철 장사를 해봤으나 벌이가 신통치 않았단다.
김 여사는 홍 성 군민이 모금해서 연초에 완성된 시아버지의 동상이 부지도 선정이 안된 채 좌 대를 만들 돈이 마련 안돼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동상은 좌대 제조에 드는 5천만∼6천만원이 해결 안되어 지금 홍 성 군청에 버려져 있다시피 방치돼 있다.
백야후손들은 충남 보령군 청소면 재정리 능동 선산에「대한독립군 총 사령 백야 김좌진 장군 묘」라는 묘비만 있을 뿐 독립지사의 묘 같지 않게 초라하다는 백야의 오른팔이었던 이강동씨(79·광복회 회원)의 말을 듣고 그만 눈물을 홀렸다고 했다. <이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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