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상승후 연속 하락…증시를 보는 두가지 관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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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종합주가지수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증권가에선 앞으로 주가 전망을 놓고 백가쟁명(百家爭鳴)식 논의가 한창이다.

그동안 경제를 짓누르던 악재가 많이 해소됐다는 '추세 상승론'이 상승 장세를 이끌어왔지만 이틀 연속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 상승은 지수 급락에 따른 반등에 불과했다는 '단기랠리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양상이다. 기로에 선 증시를 가늠해 본다.

◇아직은 추세 상승론이 대세=메릴린치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키로 한 데 이어 일본의 다이와증권도 한국 증시가 중기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2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라크 전쟁이 끝난 것을 계기로 주식시장은 최근의 취약한 경제상황보다 하반기 이후의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할 것"이라며 "특히 증권사들이 주요 기업의 주당순이익(EPS)을 상향 조정하고 있는 것이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밝혔다.

다이와는 "수출 비중이 높고 과거 1년간 외국인 보유 지분이 줄어든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고했다. 외국인들이 과거 많이 팔았던 종목을 다시 살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에서다.

현대투자신탁증권 최정식 투자전략팀장은 "주가가 연말 800선 고지를 향해 대공세를 시작했다"며 "현재의 조정기를 경기 관련 주력 우량주를 매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유가 등 원자재가격의 안정은 무역수지 개선→금리 인하→소비 및 기업 이익 증가로 이어져 한국은 이라크전.북한 핵 문제로 인한 최대 피해국에서 최대 수혜국으로 바뀔 것이라며 연말 주가를 800~850으로 내다봤다. UBS워버그증권.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도 이와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서울증권 강찬수 사장은 "1분기 기업 실적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고 향후 경기도 점차 좋아질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더 상승할 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힘 얻는 단기랠리론=대신경제연구소 성진경 선임연구원은 "최근 반등은 추세적 상승이라기보다 단기랠리에 그칠 것"이라며 "올라봐야 650선 이상은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라크 전쟁 이후 일시적으로 소비와 투자심리가 좋아지긴 했지만 경기의 둔화 추세가 여전하다는 것. 그는 또 최근 증시로 몰렸던 자금이 더 늘어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고객예탁금 증가의 주요 동력이었던 12월 결산 법인들의 현금 배당금 지급이 막바지에 이르러 개인투자자들의 저가매수 여력이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고객예탁금과 주식형 및 주식혼합형 수익증권의 잔액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증가율은 지난달 말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북한 핵 위험이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가의 추가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17.91포인트 하락한 것을 두고 외국계 증권사를 비롯한 낙관론자들이 '급등에 따른 반발'로 해석한 반면, 보수적 시각을 가진 애널리스트들은 "북핵 위험이 다시 제기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 등 미 행정부 내에 매파들의 입김이 여전해 한반도의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증권도 "현재 차익거래 매수 잔고가 1조원을 넘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프로그램 매수 유입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추가 상승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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