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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는 건 고독한 작업"|회고전 여는 남관 화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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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람회 공식 명칭이 「원로 작가의 고전」이지만 과연 내 자신이 원로인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원로」라는 낱말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열심히는 했지요.』
군데군데 주름은 잡혔지만 아직도 고운 용모를 느끼게 하는 남관 화백 (70).
추상 계열의 대가급 서양 화가인 그가 화력 50년을 결산하는 전시회를 갖는다 (18∼23일·국립 현대미술관 초대).
출품작은 모두 2백35점. 초기작인 구상 계열의 『호박』 (1945년)에서부터 최근에 완성한 대작 『마음에 비치는 일그러진 상』 (4백50×2백10cm)에 이르기까지 구상→추상→형태가 나타난 추상으로의 변모를 한눈에 보여준다.
『2차 대전 마무리 단계에 동경에서 당한 폭격, 9·28서울 수복을 하루 앞두고 당한 흑석동 화실의 폭격으로 54년 이후의 작품이 대부분이지요.
회고전이라지만 「현재 어떻게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더 역점을 두었습니다.』
한번도 그리는 것 이외의 다른 일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그림과의 천생연분을 타고난 그는 열심히 하는 작가로 이름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 예술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해요. 겉으로는 대우받고 화려해 보이지만 고독하고 슬픈, 고통스러운 작업입니다.』 그는 정신적 고통, 내면 세계를 위한 오뇌는 굶주림보다 더 지독한 것이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그러나 그리는 작업에 몰두할 때 느끼는 순간 순간의 행복감은 그 모두를 덮어버릴 정도로 크다. .특히 65년 파리 시립 현대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이 진열됐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66년 프랑스 망통 회화 비엔날레에서 세계 대가들과 겨루어 당당히 대상을 수상했던 것들은 아직까지도 큰 기쁨으로 남아 있다. 『이번 전람회를 계기로 작품 경향이 변화할거라는 예감이 들어요. 지금부터 좋은 작품을 해야지요.』 아직도 하루 10시간 이상씩 작업을 거뜬히 해낼 정도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그는 『15∼20분간의 낮잠이 건강의 비결인 것 같다』고 슬쩍 일러주기도.
남 화백은 동경 태평양 미술 학교를 졸업하고 파리 아카데미 둘 라 그랑드 쇼미에르에서 수업했으며 망통 회화 비엔날레 대상 수상을 비롯, 동경 스위스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18회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국전 심사 위원장·홍익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파리와 서울을 왕복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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