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롯데월드, 1시간 둘러보고 안전한지 알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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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2롯데월드 저층부 프리오픈(pre-open)에 참여한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안전 점검’에 참여하도록 하기 위한 사전개방 행사는 16일까지 진행된다. [오종택 기자]

“정해진 동선(動線) 외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데 시민들이 안전 점검을 할 수 있나요? ‘시민 개방’보다 ‘롯데 투어’라고 부르는 게 맞을 것 같네요.”

 9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에서 만난 최은영(48·여·서울 송파구)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제2롯데월드 저층부는 프리오픈(pre-open·사전 개방)에 참여하려는 가족 단위 시민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기자는 오전 11시와 오후 2시 투어에 참여했다. 앞서 서울시는 열흘간의 프리오픈을 거쳐 저층부 임시 개장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지난 3일 발표했다.

 제2롯데월드 홍보관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방문자가 밀려들어 준비했던 1000장의 방문증이 금세 동이 났다. 방문자는 모두 4300여 명에 달했다. 롯데 측은 신청자가 늘자 한 시간에 한 번씩 운영하던 투어를 이날부터 두 번으로 늘렸다. 참가자들은 주로 제2롯데월드 인근에 사는 송파구 주민들이었다.

 30분짜리 홍보 동영상을 보는 것으로 투어가 시작됐다. 이후 1시간 동안 에비뉴엘·쇼핑몰·엔터테인먼트 동을 차례로 돌아봤다. 샤넬 등이 입점한 명품관엔 상품이 진열돼 있지 않았지만 매장 인테리어는 끝난 상태였다. 롯데 측은 “지난 6월부터 준비가 완료돼 상품만 들어오면 바로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주민 장모(65)씨는 “이렇게 모든 게 준비된 상태에서 시민이 반대한다고 개장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방점은 시민들의 ‘안전 점검’ 대신 ‘견학’에 찍혀 있었다. 롯데는 홍보관부터 동선 곳곳에 과자·음료수·생수 등 롯데 계열사 제품을 비치해 놨다. 안전도를 살펴볼 수 있는 여지는 적었다. 롯데가 정한 동선에 따라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했다. 비상대피 할 때 사용하는 계단·엘리베이터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매장 곳곳에 경비회사 직원들이 배치돼 시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었다. 최선민(30·여)씨는 “오랫동안 결정을 미루다 프리오픈을 한다기에 실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줄 알았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특히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석촌호수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송파구 주민 정미옥(36·여)씨는 “언론 보도에 프리오픈 기간 동안 석촌호수 점검도 진행된다는 설명이 있었는데 언급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롯데 계열사 직원 300여 명이 배치돼 있었지만 서울시 공무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제2롯데월드 야외 통로에 연막탄을 피워놓고 롯데 측 소방요원들이 출동시범을 보이는 방재훈련을 실시했지만 시민들이 참가하는 행사는 아니었다. 서울시가 밝혔던 ‘시민 참여 종합방재훈련’과는 거리가 멀었다. 투어를 끝낸 정기용(26)씨는 “시민들이 안전 점검을 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수박 겉핥기식으로 둘러보는 게 전부”라며 “개장 이후 교통대책은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했다. 저층부 개장 시 하루 2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프리오픈 기간엔 수천 명에 그쳐 주차 문제 등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힘들다.

 이에 따라 제2롯데월드 프리오픈이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행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가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 사용 승인에 앞서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프리오픈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프리오픈을 발표한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조성일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는 안전한 것으로 자체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교수 등 23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시민자문단’을 구성해 제2롯데월드 저층부에 대한 안전 여부를 점검한 바 있다. 최근 이목이 집중됐던 송파지하차로 싱크홀의 경우 제2롯데월드가 아닌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임도빈(행정학) 교수는 “개장 요건이 갖춰졌음에도 비판 여론이 일 수도 있다는 부담 때문에 허가를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시민들에게 시가 책임을 떠넘기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글=구혜진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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