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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의 모범」상해를 배우자-현대화 물결 타고 중공에 새 학습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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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대경을 배우자』는 등 중공에서는 걸핏하면 『…을 배우자』는 학습운동이 벌어진다. 최근에는 『상해를 배우자』는 구호가 전국에 메아리지고 있다.
그런 학습운동은 대상이 되는 사람이나 지역의 모범적인 활동이나 선진경험을 모두가 본받자는데 뜻이 있다.
상해를 배우자는 배경은 곧 상해의 선진경험을 전국으로 확산하는 것이 현재의 중공지도노선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상해는 중공의 공업심장부의 하나이자 상업도시이며 교육과 예술의 요람이기도 하다. 상해의 해방일보가 80년10월3일에 보도한 것을 보면 상해는 여러 면에서 전국 29개성·시 중 으뜸을 차지하고있다.
상해는 면적과 인구에서 각각 전국의 0·6%(5천8백평방㎞)와 1%(l천1백48만명·80년 말)에 지나지 않지만 전국공업생산액의 8분의1(3백90억달러어치)을 차지하여 수위를 기록했다. 중공현대화계획의 야심작인 보산제철공장 등을 비롯, 8천여개의 공장이 있다.
상해는 또 중공총수출액의 25%를 수출하며 상해수출총액의 60%가 이 도시에서 생산된 상품이다.
그러니 재정수입 역시 클 것은 당연하여 전국재정총수임의 6분의1을 차지하고 중앙정부의 연간 재정지출액 중 3분의1이 상해에서 바치는 국세로 충당할 정도다.
시설과 규모가 낡고 상대적으로 작아 현대화가 시급한 실정의 상해항만은 그러나 연간 8백만t의 물동량을 처리하여 세계12대 항구의 하나로 꼽힌다.
노동생산성도 전국평균의 1·5배에 달해 전국의 으뜸을 차지하며 공업시설의 고정자산이 이윤을 내는 것도 시설 l백원당 63·73원에 달해 전국평균 이윤액 보다 무려 4배나 높다. 그러니까 산업자금회전용이 가장 빠를 것은 물론이다.
l인당 개인소득에서도 상해는 중진국수준에 와있다. 전국평균 l인당소득이 2백56달러인데 상해는 l천5백90달러로 최고소득을 올리고있다. 그래서 상해에서 가장 큰 제일백화점의 경우 일요일에는 평균 20여만명이 몰려들어 다섯층의 매장이 미어터질 지경.
따라서 에너지사용량도 전국에서 가장 높을 것은 자명하다. 상해는 또 전국일용공업품의 유통구조에서 45%를 소화할 만큼 상업활동이 왕성하며 전국적으로 크게 부족한 기술인원도 상해에만 l백여만명을 웃돈다.
이런 측면에서 상해는 중공의 다른 지역이 모범으로 삼아 배울만한 선진지역인 셈이다.
그렇지만 중공이 건국했던 49년 당시에는 홍콩보다 30변 이상이나 앞섰다던 상해가 30여년이 흐른 오늘날에는 오히려 홍콩보다 30년쯤 뒤떨어졌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콩평론가 장삼천은 좌경노선이 상해를 오랫동안 지배해왔다는데서 그 침체원인을 찾고 있다.
상해는 아편전쟁 이후 1백수십년간 국제무역항으로 부동의 자리를 지켜온 환경적 요인의 영향을 받아 쉽게 새로운 문물과 사조를 받아들여 왔다.
중공건국이전 까지는 중공진보세력의 근거지이자 아편밀매와 도박 등 온갖 악덕의 온상이기도 했다.
중국관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영·불 등의 조계는 정치적 망명자들이나 이단세력의 피난처 구실을 했다. 그런가하면 수십만명의 아편중독자와 윤락여성들, 그리고 도박사들이 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던 「낙원」이었다. 서양문물이 가장 흥청거린 지역이어서 아직도 상해시에는 그런 옛 반식민지시대의 유풍이 곳곳에 남아있다.
49년 중공건국이후 50여만명 이상의 상해시민들이 홍콩으로 탈출했고 공산당 치하에서 20여만명의 아편중독자와 3만명의 창녀들이 재교육을 통해 새삶을 찾았다는 공식 기록이다.
모택동이 상해를 기반으로 문화대혁명을 발동한 것도 우연이 아닌지 모른다.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태세가 잘 갖춰져 있는 상해의 분위기는 4인방 같은 극좌파 무리가 광대한 노동대중을 비교적 쉽게 장악할 수 있었던 듯하다.
이런 특성은 개방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극좌파의 10년 아성이었던 상해가 가장 대담하게 또 빨리 양풍을 되살리고 있다.
지난해 중공당국이 신앙의 자유를 13년만에 다시 허용하자 상해의 교회들은 주일이면 발디딜틈 없이 많은 신도가 몰려들어 당국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완고한 사상에서 벗어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가 무섭게 상해의 거리와 공원에는 젊은 남녀들이 팔짱을 끼고 활보하고 굽높은 구두가 불티나듯 팔리며 공원이나 사교장에선 서양춤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있다. 서구풍의 의상발표회가 중공에서 처음 열린 곳도 상해다.
상해의 「명동」인 남경로나 황포부둣가에는 야바우꾼이 뺑뺑이를 돌리고 소매치기·네다바이·강간·폭력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일어나고 여인숙에는 창녀와 포주가 다시 등장하여 경찰과 숨바꼭질을 하고있다고 상해의 문회보는 심심찮게 보도한다.
상해는 이래저래 중공에서 가장 첨단을 달리는 대도시인 셈이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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