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산유국에 용병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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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럽강국들이 유민지 활동을 하던 때 유행했던 용병제도가 형태를 바꾸어 군사협력이라는 명목을 붙여 중동산유촌들이 다투어 외국군대 고용에 열중이다. 「현대판용병」의 고용주들은 리비아·쿠웨이트·아랍토후국연합 등으로 넘쳐흐르는 오일달러로 취약한 치안, 국방력을 강화하자는 속셈이다.
중동에서 활약중인 외국군대는 파키스탄·요르단·시리아 등지에서 파견된 현역군인으로 이들 국가들은 그 대신 막대한 돈을 받아 모자라는 재정을 메워 나가고 있다.
「용병」파견에 가장 적극성을 보이는 나라는 파키스탄과. 요르단-. 파키스탄이 쿠웨이트·아랍토후국·오만 등에 각기 3∼4개 중대씩 파견해놓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요르단도 오만에 2개 연대규모의 지상군을 파견해 놓고 있으며 아랍토후국과 쿠웨이트에 각기 전투기조종사와 사갑부대 요원을 보내고 있다.
최근엔 시리아도 용병시장에 진출, 리비아에 전투기조종사를 파견하고 있다.
이 같은 붐 속에 특히 파키스탄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2개 사단규모의 파병계약을 추진, 2만7천명의 병력을 10년 간 대여하는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10수억 달러를 받을 꿈에 부풀어있다.
인구가 적어 군인징집대상자는 제한돼 있고 군주제를 불안하게 하는 치안문제나 페르시아연의 국제적인 불안에 따른 국방문체에 시달리는 이들 국가들은 외국군을·끌어들임으로써 곤경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70년대 초반까지 병력이라곤 모조리 합쳐 2만 여명에 불과했던 쿠웨이트·아랍토후국·오만 등 만서안 3개국의 경우 최근 들어 용병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된 것이다.
이들 용병들은 신분상 자국의 현역군인이면서도 현지에선 일반취업자로서 취급받는 것이 특징.
단순노동자의 월평균 급여가 1천 달러(한화 약초만원) 정도인 노동시장에 일단 용병으로 진출했다 하면 1천5백 달러(1백5만 원)안팎의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어 중동의 용병시장은 갈수록 호황을 누릴 것 같다. <본=이근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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