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업체질 얼마나 건강해졌나|「8·3조치」9돌…그 효과를 결산해 본다|기업 재무구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8·3조치의 골간이 기업을 빚더미에서 구해내자는 것이었던 만큼 조치이후 기업의 재무구조는 현저하게 좋아졌었다.
월 3∼4%의 고리를 물고있던 3천3백50억원의 사채를 3년 거치 5년 상환에 월1.35%로 묶어버린 것을 비롯해 한해동안에 1천억원 이상의 이자를 탕감 받았다.
마치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 법정관리를 통해 모든 빚을 동결시켜 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혜택이었다.
효과는 당장 그 해부터 나타났다.
71년에 3백94.2%까지 올라갔던 부채비율(부채/자기자본)이 즉시 3백13.2%로까지 떨어졌고 그 이듬해에는 2백72.7%를 기록했다.
자기자본 비율(자기자본/총자본)역시 20.2%, 24.2%, 26.8%로 급격히 개선되어 나갔으며 매출액에 대한 금융비용의 부담비중 역시 71년에 9.2%까지 악화되었던 것이 73년에는 4.6%로 크게 개선되었다.
이처럼 빚 부담이 크게 탕감됨에 따라 기업의 수지도 좋아졌음은 물론이다.
엄청난 사회적인 충격과의 신용질서의 파괴라는 값비싼 댓가를 치른 대신 기업사정은 많이 호전되어 갔다.
그러나 제1차 오일쇼크가 밀어닥치면서 기업들의 병은 채 낫기도 전에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오일쇼크에 따른 고통이 워낙 컸던 까닭에 8·3조치라도 없었더라면 기업들이 어찌되었겠느냐는 반론도 있을법하지만 아무튼 막대한 희생을 치르면서 투약한 극약의 축핵은 너무 빨리 사그라들었다.
우선 물가 3%선의 꿈이 40%선으로 간단히 깨어졌고 기업들은 불황과 원가압박에서 다시 빚을 쌓아야했다.
기업의 재무구조를 나타내는 모든 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
8·3조치의 보완적인 성격을 띠었던 74년의 기업공개와 건전기업 풍토조성을 위한 5·29조치가 다시 취해졌지만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
다행히 1차 오일쇼크에 따른 불황은 중동건설 붐에 의해서 해소되기 시작했고 수익률 면에서도 점차 호전을 나타냈다.
그러나 기업들은 벌어들이는 돈으로 진 빚을 갚지 않았다.
오히려 버는 돈보다 더 많은 투자를 다투어 했고 그 결과 더 많은 돈을 빌어 썼다.
정부도 그렇게 하길 재촉했었다. 중화학공업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투기의 법석 속에서 어떻게 해서라도 빚지는 편이 이익이요,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통했다.
돈은 항상 풀리고 있었으므로 빚은 언제라도 또 빚을 내어 갚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79년에 접어들면서 강력한 금융긴축과 제2차 오일쇼크가 터지자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돈줄이 죄어들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은행창구가 막히자 기업들은 고리의 회사채 발행으로 발등의 불을 꺼나갈 수밖에 없었고 이젠 빚을 갚기 위해 또 빚을 지는 차환발행의 성향으로까지 발전했다.
기업이 지고 있는 부채 중에 이자부담을 나타내는 총이자 부담률(금융비용/부채)은 지난해의 경우 11.3%를 기록, 8·3조치 이전의 9.4%(71년) 수준을 크게 상회하기에 이르렀고 부채비율은 4백87.9%라는 최악의 상태에 도달했다.
수익면도 계속 나빠져 지난해의 매출액 경상이익률(경상이익/매출액)은 마이너스 0.2%라는 적자경영을 나타냈다.
5·29조치의 재판이었던 9·28기업체질강화 조치가 지난해에, 또 8·3조치를 연상케 하는 4·3산업합리화조치가 올 들어 취해졌지만 기업의 재무구조는 여전히 미궁을 헤매고 있다.

<8·3조치 주요내용>
▲기업이 지고 있는 사채를 모두 신고 받아 월리1.53%(연리 6.2%)에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으로 기업의 사채부담을 줄인다.
▲은행이 2천억원 특별금융채권을 발행해서 기업들의 단기은행부채 중 30%를 연리 8%의 금리에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으로 대환시킨다.
▲금융기관은 신용보증기금을 설치해 향후 5년간 대출잔액의 5%를 기금에 출연, 신용보증제도를 확충한다.
▲산업은행에 산업합리화 자금을 설치, 합리화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에게는 장기처리대출을 해주는 한편 세제상의 특전을 준다.
▲재경의 신축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방교부금 및 지방교육 교부금 등을 폐지한다. 중요산업의 고정설비에 대한 감가상각 할증률을 현행 30%에서 40∼80%로 인상한다.
▲금리를 대폭 내리고 물가상승은 연3%이내로 억제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