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문제 소련서도 골칫거리|잘못된 지식이 성문란 불러 이혼율 높여 새법안 만들어 중학교부터 성교육 시키기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몇 년 전만 해도 소련에서는 금기로 되어있던 성교육이 이혼율을 줄이고 출산율을 높일지도 모른다는 기대 속에 곧 중등학교의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될 것 같다.
사회의 모든 것을 규제해온 정부당국이 성문제 역시 정책적으로 무조건 금기로만 여기도록 한 결과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잘못된 성지식과 성관념을 가져 성도덕이 문란할 뿐만 아니라 이혼율도 세계 어느 나라 못지 않게 높은 편이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전의 청소년중 남자50%, 여자30∼40%이상이 성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와있다. 이혼율도 지역에 따라서는 50%이상이 넘는 곳도 있다(에스토니아공화위) .
이런 상황에서 최근 소련은 교육과학아카데미와 고등교육성에 새로 시행할 성교육을 위한 교과서를 편찬하고 전문가를 훈련시키도록 법령을 제정했다.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가 지난3월 이 법령을 소개할 때 그 구체적인 방법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외국의 경험과 7O년대 말부터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에서 시험적으로 실시한 결과를 토대로 교과서를 만들어 금년 가을쯤에는 몇몇 학교에 이 교과서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에 관한 많은 저술을 한 저명한 소련의 한 사회학자는 『이러한 조치가 때늦은 감이 있다. 많은 젊은이들이 전혀 무지한 채로 결혼을 하며 아내를 다루는 방법이 서툴러 이혼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하고있다.
70년대 말 소련경부는 시험적으로 몇 가지 방법을 시도했었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을 위해 모스크바의 20여개학교에「실험적 코스」를 개강, 가정을 이끌어 가는 일상적 문제를 포함하여 성기교·피임법·결혼의 정서적 측면 등의 강의를 듣게 한 것도 그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단계를 지나 많은 사회학자들이 정부가 젊은이들의 혼전 섹스문제에까지 관심을 기울여야할 때가 왔다고 주장할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버린 것이다.
물론 성교육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일찍 성교육을 받은 서방 젊은이들에게는 이혼·성병·매춘· 가정의 불안정 등의 문제가 없느냐고 반문한다.
아무튼 소련문제전문가들은 성교육에 관한 소련당국의 이러한 태도변화를 가정의 안정과 떨어지는 인구증가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관심을 갖게된 동기야 어떻든 소련과 같은 철저한 통제사회에서 성문제나마 금기의 한 모퉁이가 무너져 나가고 있다는 것은 흥미 있는 현상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