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갬비아의 촌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프리카의 최소국(면적 1만1천평방km)갬비아에 쿠데타 소식이 들린다. 인접 세네갈군의 진입으르 쿠데타군은 대통령「자와라」의 가족을 인질로 삼은 채 실패직전(?)에 있는 것 같다.
갬비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65년)이래 세계의 눈길을 끌기는 이번이 두번째.
첫번째가 77년 「앨릭스·해일리」의 『뿌리』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다.
갬비아강을 따라 4시간 정도 배를 타고 내륙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쿤타·킨테」의 고향 주푸레 마을이 나타난다. 뿌리에 감동된 관광객들이 간혹 찾아오는 이 마을은 인구 수백명의 그야말로 빈촌. 「쿤타·킨테」가 살았다는 집터만 남아있고 그가 동생에게 배를 만들어주려고 잘랐던 바오바오 나무만이 무성하다. 어설픈 숙소에서 관광객들은 여기가 「명작의 고향」임을 별로 실감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린다.
갬비아의 인구는 약 60만명, 수도반줄항은 4만4천명. 종족은 만딩고족이 42%, 풀라스족이 18%, 월로프족이 16%, 이밖에 졸라족·사라콜레족·아쿠족 등이 있다. 공용어는 영어, 종교는 회교다.
세네갈 중심부를 벌레 먹은 것처럼 파고들어 형성된 나라가 갬비아인데 종족구성이 세네갈 (월로프족)과 달라 합병을 못하고 있다.
1455년에 포르투갈이 점령한 이 나라는 한때 갬비아 강가에서 금이 산출돼 백인끼리의 식민지 다툼이 치열했고 1765년에 영국은 「세네감비」를 세워 노예무역을 중지하고 주민들로 하여금 땅콩재배를 하게 했다.
지금도 땅콩재배는 이 나라의 주산업으로 경지의 42%가 땅콩밭이고 세계 17위의 땅콩 생산국이다. 1인당 GNP는 1백90달러, 아프리카에서도 떨어지는 축에 속한다.
「찰즈」 황태자의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다가 정권을 놓칠 뻔한 「다우다·카이라바·자와라」대통령은 올해 57세로 11년째 집권하고 있다. 그가 이끄는 인민진보당은 의석 4백35석 가운데 4백29석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쿠데타의 동기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반군지도자이며 야당당수인 「쿠클리·산양」은 프롤레타리아 독재국가를 세우자고 호소했다 한다. 갬비아의 야당으론 국민의회당·통일당, 그리고 77년에 창설된 국민해방당이 있는데 최근 「자와라」가 일부 야당의 활동을 금지시킨 것이 도화선이 된 것 같다.
9백여명의 비정규 보안군 밖에 없는 갬비아의 쿠데타 주동은 애교로 봐줄지 정치의 오염으로 봐야할지 어리둥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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